‘드림하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배우로 참여
좋은 진행자·누군가의 꿈 돕는 ‘드림 헬퍼’가 꿈
방송인 박경림이 뮤지컬 ‘드림하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배우가 됐다. [위드림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조건 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꿈을 꾸던 그 시절 참 행복했지’, ‘꿈을 꿨던 그때의 내가 환장할 정도로 예뻤다’ 식의 이야기에는 마음이 움직였어요.”
진행자(MC)를 꿈꾼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어떻게 하면 MC가 될 수 있을까 싶어 부단히도 고민하고 노력했다. 스스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2001년 스물세 살에 역대 최연소로 MBC 방송연예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박경림의 이름 석 자가 올라간 TV 프로그램은 줄줄이 ‘히트작’이 됐다.
지금의 박경림은 제2의 전성기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세상에 나오는 첫 관문에 언제나 그가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콘텐츠의 제작발표회가 앞다퉈 찾는 명MC이기 때문이다. 꿈을 가져봤고, 꿈을 향해 달려갔고, 여전히 꿈을 꾸는 그에게 뮤지컬 ‘드림하이’는 오래 품은 꿈이자, 꿈을 향하는 누군가의 고된 길에 놓아주는 징검다리다.
그는 “지금에 와선 저도 더 좋은 MC가 되기를 꿈꾸면서도 다른 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잘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선택한 작품이 뮤지컬이 ‘드림하이’였다. “제가 드림메이커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드림 헬퍼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드림하이’(4월 5일 개막, 우리금융아트홀)는 2011년 KBS2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이다. 당시 아이유·수지·김수현 등이 출연한 드라마는 기린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저마다의 꿈에 한 걸음 다가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뮤지컬은 그로부터 10년 후의 날들을 다룬다. 2023년 초연 이후 다시 돌아온 뮤지컬은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동시에 개막한다.
박경림과 ‘드림하이’의 인연은 뮤지컬의 초연 제작발표회에서 시작됐다.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지만, 뮤지컬의 탄생 배경은 완전히 다른 데에 있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K-팝의 중심이 ‘K-퍼포먼스’인데, 댄서들의 환경은 굉장히 열악한 데다 처우도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이 뮤지컬의 제작 계기였다는 것을 듣게 됐다”며 “댄서들이 지속적으로 무대에서 춤을 추고 그것으로 수입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댄스 아카데미 원장 출신으로 ‘드림하이’ 제작을 맡은 아트원컴퍼니의 김은하 대표의 생각이다.
방송인 박경림이 뮤지컬 ‘드림하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배우가 됐다. [아트원컴퍼니 제공]
“안 그래도 열악한 댄서들의 환경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더 힘들어지고 완전히 춤을 출 수가 없는 상황이 됐더라고요. 춤추는 것이 꿈이고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인데 다른 일을 해야 했던 거죠. 초연 당시 알게 됐던 스토리에 마음이 동화되더라고요.”
이 작품이 가진 순수한 취지와 의미는 박경림을 움직였다. 그는 뮤지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배우(교장 역)로 함께 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댄서 오디션 심사, 대본 수정,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녹음 등 제작 전반에 참여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배우와 연출진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했다. OST에는 드라마 ‘드림하이’를 같이 했던 아이유, 김수현, 수지 등이 참여, 수익금은 자립 준비 청년들을 위해 기부한다.
‘댄서들의 무대’를 위해 출발한 뮤지컬이었던 만큼 댄서들에게도 ‘드림하이’는 화제다. 이번 시즌에 지원한 댄서들만 해도 무려 400여명. 그중 일부 댄서는 “초연을 본 뒤 나도 저 위에서 함께 춤추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지원 동기를 들려줬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댄서들이 다양한 춤 장르를 보여줘요. 공연 중간 춤의 역사를 알려주는 수업에서 1960년대의 춤부터 훑어 내려가는 장면은 이 뮤지컬의 백미예요.”
출연진도 드라마 못잖게 화려하다. K-팝 업계 대표 춤꾼인 최영준이 안무 감독으로 참여하면서 쇼뮤지컬을 지향한 만큼 노래, 연기는 물론, 고난도 안무가 가능한 춤까지 두루 갖춘 배우들이 필요했다. 박경림은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급으로 춤을 춰야 하니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며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춤을 못 추면 안 되는 캐릭터이기게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세븐과 김동준을 비롯해 선예, 이지훈, 배우 박준규 등이 함께한다.
박경림의 뮤지컬 도전이 의아할 수 있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첫 도전이 있었다. 2009년 ‘헤어스프레이’로 뮤지컬 신고식을 마친 것. 이번 작품에선 74회 공연 중 25회를 맡았다. 배혜선·박준규와 같은 역할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방송인 박경림이 뮤지컬 ‘드림하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배우가 됐다. [위드림컴퍼니 제공]
그는 자신을 엄청난 ‘뮤덕’(뮤지컬 덕후)이라고 말한다. 뮤지컬만이 주는 생동감, 가슴 떨림과 벅참을 좋아해서다. 박경림은 “가슴이 들썩이고 희망찬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드림하이’가 바로 꿈과 희망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까다로운 뮤덕들도 좋아할 만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며 “‘드림하이’도 뮤덕들이 생각하는 좋은 작품에 명함 한 번 내밀어 보고 싶다”고 했다.
MC를 꿈꾸며 방송가에 입성한 이후 그는 27년째 만능 진행자로 자리한다. TV에선 자주 볼 수 없어도 박경림의 행보는 여전히 화제였다. 각 콘텐츠가 가진 색깔과 특징에 따라 TPO(시간·장소·상황)를 모은 ‘짤’이 화제가 될 정도다. ‘오징어게임’ 땐 핑크가드 복장을 선택했고, ‘중증외상센터’엔 의사 가운을 입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K-콘텐츠 업계의 대표 MC로 서게 된 그는 “내게 주어진 숙제는 달라지는 작품에서 같은 진행자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든 제작사가 작품을 만들 땐 메시지, 감동, 행복 등 만드는 취지가 있기에 그것을 하루빨리 파악해 전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했다. 때문에 아무리 오래 해도 매너리즘에 빠질 수 없다.
박경림의 꿈은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진화하며 더 나은 진행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본질을 꿰뚫고 더 편하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자신을 낮춘다.
“꿈은 지치고 힘든 세상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에요. 그것엔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없어요. 꿈을 꾸는 것으로 나의 하루에 발을 딛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도움으로 제 꿈에 다가섰던 것처럼 저도 누군가를 응원하고 그 꿈을 놓지 않게 도우며 함께 걷고 싶어요. ‘드림하이’가 나도 꿈꾸며 버텨보자는 마음을 준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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