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0일 전면휴전안’ 거부…에너지·인프라휴전 추진
미국 등 서방 對우크라 무기·정보제공중단 요구도
합의안 세부해석에 이견도…에너지? 인프라? 휴전
젤렌스키, 일단 찬성…트럼프와 대화 요구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전면 휴전안’은 거부한 대신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한 달 동안 중단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분 휴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에 국한한 휴전 방안에 합의한 데 대해 일단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세부 조건이 확인돼야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좌)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부분 휴전 합의했지만…에너지? 인프라? 세부범위 불분명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90분간의 통화 후 두 정상이 “에너지·인프라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두 지도자들은 평화를 향한 움직임이 에너지·인프라 휴전과 흑해 해상 휴전, 완전한 휴전 및 영구적인 평화를 이행하기 위한 기술적인 협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이 같은 협상은 중동에서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는 매우 좋고 생산적이었다”며 “우리는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완전한 휴전을 위해 신속하게 노력하고 궁극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이 끔찍한 전쟁을 종식하기로 했다”고 글을 올렸다.
크렘링궁은 트럼프 대통령이 30일간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서로 중단할 것을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즉시 군에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제안한 ‘30일간 전면 휴전안’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당초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것보다 러시아에 유리하게 판이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도시, 항구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양측이 여전히 영토를 두고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휴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동원 및 재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무기, 정보 지원 중단과 우크라이나의 신병 모집 중단 등이 이 같은 요구에 포함됐다.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통화를 마친 뒤 “갈등 고조를 막고 정치·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대한 외국의 군사 지원과 정보 제공의 완전한 중단이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휴전의 세부 범위 역시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러시아가 ‘에너지와 인프라(energy and infrastructure)’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시설뿐 아니라 다리, 도로 등 주요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에너지 시설(energy infrastructure)’에 대한 휴전이라고 밝히면서 해석 차를 낳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 타결을 서두르면서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희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의 요구는 트럼프에게 힘든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4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무기를 계속 보낼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은 푸틴이 종전을 타결하려는 미국의 이익을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거나 유럽의 미래 안보를 위협하는 추가 요구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두 정상은 주로 핵무기를 의미하는 ‘전략무기’ 비확산 관련 협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전략 무기 확산을 중단시킬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전략 무기 확산 중단을 최대한 넓게 적용키 위해 다른 당사자들과 관여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군축 및 비확산 관련 협상에 중국을 포함시키겠다는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에너지·인프라휴전 일단 찬성…트럼프와 대화 요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에너지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 공격 중단에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공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중재를 통해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할 수 있다”면서도 “안정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로 이끄는 모든 제안은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미·러의 휴전 제안을) 지킨다면 우리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은 보증인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러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에 관한 세부 사항을 듣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면서 “세부 사항을 받은 뒤 우리는 우리의 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화하는 건 어떤 결과도 가져올 수 없다”면서 “우리의 파트너들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지원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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