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찰청에 퀀트바인 수사의뢰
“확정 수익 주는 가상자산 업체는 사기“
”지인 추천 요구하면 다단계 가능성 커”
그래픽=챗GPT 달리
A업체는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가상자산거래소 간 ‘합법적’ 아비트라지(차익거래)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투자자가 원하는 기간 원하는 위험도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홈페이지에 아부다비 투자청으로부터 공식 투자를 받았다고 자랑하고 있다.
블록체인 재단이라는 B업체는 시가총액 80위권의 코인을 실제 가격보다 할인해서 판매한다며 온라인 메신저방을 통해 가상자산을 판매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실제로 받은 코인은 이름 앞에 달러($) 표시가 붙은 다른 코인이었다. 판매자는 이 코인 역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된 정식 코인이며, 광고했던 코인과 연동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경기불황을 틈타 가상자산을 활용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곳곳에서 가상자산 사기 업체들은 인공지능(AI), 퀀트투자, 아비트라지(차익거래) 등 최신 기술과 전문 용어를 활용하며 가상자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공략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경찰청에 퀀트바인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3시 기준 퀀트바인 피해자모임 카페 가입자는 지난주 4000명에서 5700여명으로 불어난 상태며, 국회 전자청원에는 퀀트바인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금감원은 퀀트바인과 유사한 업체들이 여전히 많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고,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경보를 현재의 ‘주의’ 수준에서 ‘경고’ 수준으로 격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해자모임 카페에서는 퀀트바인과 비슷한 원리의 폰지사기 사례가 여럿 공유되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현재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업체의 공통적인 특징은 회사를 ‘해외에 본사가 있는 기술 업체’로 소개하고, ‘국내 공식사이트’라고 주장하는 사이트가 존재한다. 또한 AI나 퀀트투자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적은 투자금으로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고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 등 대형 가상자산거래소를 협력업체로 소개한다.
특히 이런 업체들은 초반에 여러 투자자 유입을 위해 투자금의 일부분을 배당금 명목으로 배당하고, 레퍼럴(추천)코드로 지인을 투자 유치하면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 배당을 받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피해자가 순식간에 불어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뉴스1
이를 눈치챈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현금화를 시도하면, 투자금의 극히 일부분을 인출할 수 있도록 설정해 두거나 출금을 정지시키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한다. 현재 사이트를 폐쇄한 퀀트바인의 경우 폐쇄 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재충전할 경우 인출이 가능하다며 입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사기 업체들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진다며 소비자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조금만 유심히 살펴봐도 문제가 있는 사이트는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에서 가상자산업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여야 한다. 금감원은 미신고 사업자는 투자사기 가능성이 커 금융정보분석원 홈페이지의 신고현황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확정 수익’, ‘원금 보장’ 등의 문구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법적인 투자업체는 항상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명시하며 새 회원 유치에 과도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은 전형적인 폰지사기의 특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투자자는 투자 전 반드시 독립적인 정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가상자산 투자는 충분한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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