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을 제패한 안세영(삼성생명)이 금의환향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전날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위(2위·중국)를 물리치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파죽지세다. 20연승을 이어가는 한편,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비롯해 4개 대회 연속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귀국 직후 안세영은 "2년 전엔 우승할지 모르고 우승했다면 이번엔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했다. 자신감이 찬 만큼 왕관 세리머니가 하고 싶었다. 영국인 만큼 '퀸'처럼 한번 해봤다"고 웃었다.
힘든 대진이었지만 성취감은 배가 됐다.
32강 가오팡제(중국·15위), 16강 커스티 길모어(스코틀랜드·33위), 8강 천위페이(중국·13위), 4강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에 이어 왕즈위까지 세계 톱 랭커를 모조리 꺾어야 하는 힘든 대진이었다.
안세영은 "어차피 다 이겨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이 또한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을 갖고 하루하루, 한 게임만 생각하면서 나아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컨디션을 이겨낸 상황도 설명했다.
안세영은 "갑자기 왼쪽 다리에 쥐가 올라와서 멘털적으로 힘들었는데, 포기하지 않았더니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대회 도중 약간의 불찰로 감기에 걸려서 호흡도 힘들었고 몸 상태가 잘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가져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수많은 감정이 오갔다. 왕즈위와 결승전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한 발만 더 가면 될 것 같기도 했다. 숨도 참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 긴 랠리를 잡아낸 게 정말 의미가 컸다. 왕즈위에게 '다음엔 이렇게 랠리하지 말자'고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동안 여자농구 부천 하나은행의 베테랑 김정은의 '반복에 지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되새겼다.
안세영은 "쉴 때 다양한 스포츠를 많이 보는데, 여자농구에서 선배 언니가 어린 선수들에게 '반복에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하셨더라. 경기 중간에 반복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지치는 순간 지는 건데, 그걸 잘 이겨낸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 말이 정말 와닿았다"고 회상했다.
목표로 했던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달 8일부터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아시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만 남았다.
안세영은 "다른 대회보다 성적이 잘 안 났던 대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가 이제 뭐 큰 의미가 있겠나. 그냥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다"고 쿨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