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애플페이 2막, '꽂는 대한민국' 이젠 사라질까④
[편집자주] 아이폰의 '애플페이' 서비스가 국내 추가 도입을 앞뒀다. 2023년 현대카드가 처음 들여온 이후 2년 만이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앞세워 비접촉 카드 결제의 물꼬를 텄다. 이번에야말로 '대는' 방식의 글로벌 표준 카드 결제가 한국에서 보편화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애플페이 확산에 따른 수수료 갈등과 이에 따른 소비자 부담 확대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현대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 신한카드까지 '애플페이' 도입이 임박해지면서 아이폰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 당장의 파급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휴카드가 확대되고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단말 보급 문제가 해결되면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준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39%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증가했으며 역대 최대 점유율이다. 물론 60%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점유율이 이 정도로 좁혀진 것은 처음이다. '아이폰16'의 성공적인 출시와 함께 2023년 3월 국내 진출한 애플페이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페이는 그간 제휴 카드가 현대카드밖에 없어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중 애플페이 결제 방식인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규격의 NFC 단말 보급률도 10%에 그쳐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의 가세로 중소형 가맹점까지 NFC 단말 교체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애플페이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실제 과거 삼성페이의 편의성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가 갤럭시폰으로 갈아탄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애플페이 도입이 확대되면 다시 아이폰으로 복귀하는 이용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결제 편의성이 높은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폰으로 이동한 아이폰 사용자가 꽤 많은 것으로 안다"며 "애플페이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가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삼성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 당장 시장판도 변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보편화된 결제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큰 동기부여가 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보고서에서 "2016년 애플페이를 도입한 중국과 일본의 경우 애플페이 사용률은 예상보다 저조했다"며 "중국, 일본 현지 페이업체의 편의성과 수수료 없는 결제구조 때문에 경쟁에 밀렸다"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동일한 상황을 경험했다. 삼성은 2015년 한국과 함께 미국에 삼성페이를 출시할 당시 MST(마그네틱보안전송) 결제 방식을 내세워 '애플페이로는 결제할 수 없는 매장에서 삼성페이로는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지금까지도 애플페이, 스타벅스에 이어 점유율 3위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 점유율도 18%(지난해 4분기 기준) 정도다. MST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였다.
일각에선 애플페이가 대중화되려면 최소 80% 이상 가맹점에 NFC 단말이 설치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단말기를 선뜻 교체하기엔 카드사와 자영업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삼성전자도 삼성페이 개발 과정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NFC 패드 도입을 고려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결국 무산됐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NFC 결제 방식은 이미 한국에서 15년 전부터 극복하려 했지만 한계에 부딪혀왔다"며 "애플페이가 지금의 삼성페이처럼 사용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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