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시즌 종료세미 사이그너(오른쪽)가 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SK월드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륏피 체네트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남자는 춘추전국의 혼돈 상태라면, 여자는 김가영의 1인 천하다.
17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PBA-LPBA 2025’ 대회를 끝으로 마감된 2024~2025 시즌을 총평하자면 이렇게 압축될 것 같다.
이날 남자부 결승전에서 세미 사이그너는 뤼핏 체네트를 세트 점수 4-2로 제압하며, 2억원의 상금과 함께 월드챔피언십 트로피를 처음 차지했다.
월드챔피언십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상금 랭킹 1~32위의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로, 다른 투어에 비해 상금이 훨씬 크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9차 투어다.
이날 사이그너의 승리로 시즌 1~9차 투어의 우승자는 다비드 마르티네스(3회), 강동궁(2회)을 빼고는 모두 달랐다. 최종전 우승자인 사이그너를 포함해, 조건휘, 김영원, 다니엘 산체스가 챔피언 대열에 합류했다.
1~9차 투어의 준우승자 역시 체네트, 조재호, 다비드 사파타, 오태준, 강동궁(2회), 무라트 나지 초클루, 엄상필, 김영원 등 모두 달랐다.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셈이다.세미 사이그너가 17일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상진 PBA 부총재, 장봉걸 SK렌터카 단장, 준우승자 륏피 체네트, 사이그너, 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체육교육국장,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 PBA 제공
국내파 간판 강동궁은 시즌 4차례 결승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과 4차 투어 크라운해태배에서 우승하면서 토종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17살 김영원이 6차 투어 NH농협카드배에서 오태준을 꺾고 우승하면서 스타 탄생을 알렸고, 조건휘가 8차 웰컴저축은행배에서 조재호를 누르며 우승한 것은 실력차가 미세한 남자부의 치열한 싸움을 상징한다.
여자부에서는 김가영의 천하 통일이 이뤄졌다. 김가영은 시즌 1~2차 투어에서 32강 진출에 잇따라 실패했지만, 이후 3~9차 투어를 석권하면서 7차례 연속 우승의 괴력을 선보였다. 17일 월드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전에서 김민아를 따돌리며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고, 통산 14승과 총상금 6억원 돌파의 기록도 썼다. 월드챔피언십 3회 우승 또한 남녀 통틀어 처음이다.김가영이 17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2025’ 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김가영은 1억원의 상금을 받은 뒤 “여자 선수들이 더 발전하고 수준이 올라가면서 피비에이가 인정했다”고 말했지만, 여자부 판도는 ‘절대 강자 1인과 그 밖의 선수들’로 대별된 시즌이었다.
이날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패하는 등 시즌 두 차례 투어 우승 문턱에서 김가영에 무너졌던 김민아는 “살짝 벽을 느꼈다”고 고백할 정도다.
여자부 1차 투어 우리금융캐피탈에서 김세연, 2차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김상아가 우승한 것을 빼놓고는 나머지 선수들의 김가영의 빛에 가렸다.
김가영의 라이벌인 스롱 피아비의 경우 김가영의 성장 속도에 비해 실력이 주춤했는데, 이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후퇴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십 결승전과 시즌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배에서 김가영을 상대로 절호의 우승 기회를 놓쳤던 김보미도 한 발짝 더 뛰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영, 권발해, 한지은, 김세연 등 김가영과의 시즌 투어 결승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선수들도 큰 자극을 받았다.
다만 여자부에서는 상위권 진입이 어렵지 않은 만큼, 새 시즌 준비에 따라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강지은, 정수빈, 김진아, 차유람, 임정숙, 김예은, 백민주, 이미래 등도 김가영의 절대 왕좌를 위협할 선수들이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남자부에서는 1~2명의 선수가 우승을 독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또 새로운 스타가 매년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자부에서는 김가영의 독주를 막기 힘든 상황이다. 경쟁자들이 김가영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