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50년 전 유신독재의 폭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에 나섰던 기자들의 법정 최후진술이 현재 언론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기록 가치도 높다고 판단해 진술 육성과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다.
1978년 11월 동아일보 해직기자 7명이 이른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 주류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시국 사건 등을 ‘보도되지 않은 민주 인권 사건 일지’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배포했다는 게 혐의였다. 이듬해 1월에는 또 다른 동아일보 해직기자 3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쓴 게 죄가 돼 감옥에 갇힌 ‘진짜 기자’들은 살벌한 유신법정 항소심에서 피를 토하듯 최후진술을 쏟아냈다.
김종철 최후진술 “걸레 같은 신문방송 보는 게 고문”
정연주 최후진술 “역사의 심판대에 증언하겠다”
박종만 최후진술 “이 땅에 언론은 없습니다”
안종필 최후진술 “자유 언론을 압살하는 모든 법과 제도는 철폐되어야”
홍종민 최후진술 “자기의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겠다”
안성열 최후진술 “자유를 원하는 만큼의 희생이 필요”
장윤환 최후진술 “어떠한 자유도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 홍종민 최후진술 중 일부 '의심을 하고 회의를 하고 추구를 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진실로 도달하는 길인 것입니다.'
1979년 7월 25일, 서울고등법원 213호 법정
홍종민 최후진술 전문
항소 이유서 한 50여 개 대충 말씀드렸습니다마는 그중에 몇 가지만 요약을 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제가 항소이유서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인간에게 있어서 자기 표현 그중에서도 언어의 언어로 표현되는 그 자기 표현 수단 이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기본이다. 인간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더욱이나 그 언어의 표현이라는 언어로 표현되는 그 표현 수단이 만약에 진리를 말하고 사실을 말하고 진실을 말했을 때 그것을 억압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은 이 인간 세상에서 용납이 될 수 없습니다. 만약 그것을 진실을 억압하고 진리를 억압한다면은 그것은 인간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저희들이 주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을 진실대로 진리를 진리대로 찾자는 것이 저희들의 일관된 주장이고요. 또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에서는 아까 변호사님도 말씀드렸다시피 무엇이 사실이면 무엇이 진실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찾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이 지금 현행 소송법상 당사자 주의가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은 저희들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실이다를 밝히기 위해서 증인 여섯 명을 신청을 했습니다.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두 가지의 기회를 이용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지를 당했습니다. 진실을 찾지 않겠다는 재판부의 의도라고까지 저희들은 표현을 할 수가 없겠습니다.
앙드레 지드가 말했다시피 진실이라는 것은 의심의 과정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어떤 사물, 어떤 사상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진리인가를 때는 한쪽 면만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물은 보는 쪽 한쪽 면이 있다시피 뒷면이 있고 옆면이 있고 또 내부가 있고 외부가 있고 여러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코끼리를 볼 때 소경이 소경이 코끼리를 표현을 할 때 귀를 만져보면 넓적한 종이같이 뭐 그런 식으로 생겼다고 할 수도 있고, 또 다리를 만져본 소경은 코끼리는 기둥같이 생겼다 할 수도 있고, 또는 배나 엉덩이를 만져본 소경은 코끼리가 산처럼 그렇게 물렁물렁한 살로 되어 있다는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코끼리라는 하나의 사실 하나의 진실 하나의 그 본래의 모양은 그렇게 기둥 받침마냥 생긴 것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 봐야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러한 의심을 하고 회의를 하고 추구를 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진실로 도달하는 길인 것입니다.
만약에 지금 행정부가 하는 거와 같이 좋아졌네 좋아졌어 모든 분야에서 다 좋아졌다고만 강요를 합니다. 강요를 하고 그것을 어떤 면에 세뇌를 시킵니다. 그러나 과연 물론 좋아지는 사람도 있겠지만은 분명히 몰라보게 나빠진 사람들 무수하게 많이 있습니다.
아까도 김종철 씨가 말씀드렸다시피 높은 피해로 피해를 본 사람, 또는 함평 고구마 사건으로 피해를 본 농민 수없이 많은데도 좋아졌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해버리는 그것이 제가 볼 때는 어떤 면에서는 왜곡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실의 왜곡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거 정부가 싫어한다는 그 한 가지 판단으로 인해가지고 우리를 전부 허위라고 매도를 하고 왜곡이라고 매도를 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매도를 당하면서 오늘날 이 법정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까 홍 변호사님 말씀드렸다시피 긴급 조치에 저희들의 그 권한이 해당이 되느냐 문제 소위 구성 요건 해당이 구성 요건에 해당성이 해당이 되느냐 그 문제에 있어 가지고 제가 볼 때는 경찰 진술 조서에서도 밝혔습니다마는 어떤 문안의 전체를 안 보고 거두절미하고 일부분만 봤습니다. 거기다가는 확대 해석 유추 해석을 했습니다. 이것은 현행 형사적인 이런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그런 것입니다. 그러면은 설사 그것이 긴급 조치에 위반이 됐다 합시다 됐다 하더라도 제가 볼 때는 긴급 조치 시행 법 자체에 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은 유신헌법은 입법부의 3분의 2를 1인이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돼요. 사법부와 임명권도 확보했고 교수들의 또 저의 임명권도 갖고 있고 이런 모든 각계 분야에 있어가지고 행정권이 절대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이렇게 만들어줘야 됩니다. 또 한 가지는 대통령의 중임 제한에 전례가 없어졌습니다. 이승만 박사가 3선을 꾀하다가 결국은 물러갔습니다마는 지금 이 헌법 유신 헌법에는 보면은 평생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수명이 모자라서 못하지 수명만 많다면 몇백 년이라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습니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권력의 속성이 뭐야 부패라는 겁니다. 그런데 외국에도 그렇지만은 두 임기를 하고 교체를 시킨다는 것이 민주주의 보통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어떻게 우리나라는 평생을 할 수 있게 이렇게 헌법을 만들어 놔요. 이건 한마디로 긴급 유신헌법이 1인 장기 집권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 긴급 조치에 관계해가지고 말씀드릴 거는 긴급 조치라는 것은 그야말로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긴급하게 일시적으로 적용을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되고 지금까지 30년 30여 년이 됩니다마는 그동안에 헌법이 7차 개헌까지 있었습니다. 그냥 평균 헌법 수명이라는 것은 5년 미만입니다. 그런데 긴급 조치는 벌써 선포된 지 5년이 가까워졌어요. 이것은 무엇이냐 이렇게 단기적으로 무제한 연속적으로 형사적인 긴급 조치라는 것은 이건 긴급 조치가 아니라 한마디로 말해서 정치적인 폭력에 불과한 것입니다. 긴급조치 유신헌법에 대한 제 개인적인 소신은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번 저희들 사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시황 집권 중에 중국의 진나라의 시황제 집권 중에 가장 악명 높게 지금 역사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분서갱유 사건입니다. 문서, 서적들을 정치에 대해서 비판적인 발언을 실은 서적들을 수거를 해서 불을 싸지르고 바른 말을 하고 옳은 말을 하는 선비들을 350, 360명을 잡아다가 중국 땅 한양에서 생매장을 시켰습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악명 높은 분서갱유 사건입니다.
그러면 이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이냐 분서가 된 그 책들 그 자체가 성경이나 코란과 같이 그렇게 만고의 진리를 적은 훌륭한 글이기 때문에 분서갱유 사건이 지금과 같이 기억이 된다고 기록이 되고 인구에 회자된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책들은 다른 글을 쓰는 책이 되죠. 하지만은 그것이 글 자체가 구성이었기 때문에 인류가 인류 역사상에 아주 꽃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350, 360명 매장된 그 선배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나 석가나 또는 공자나 이런 어떤 최고 최대의 어떤 성인이기 때문에 350, 360명 각자가 그렇게 훌륭한 성인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분서갱유 사건이 인구에 회자되는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은 설사 그 생매장 당한...
수십 년 동안 저는 여러분 앞으로도 계속 기억이 될 것입니다. 이번 이 사건에 대해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글이 그리 그렇게 역사상 유명한 어떤 명문도 아니고 저희들 일 개인 개인이 훌륭한 투사도 아니고 아닙니다.
우리의 길이라는 것은 사실은 사실대로 검은 것을 검다하고 흰 것을 희다고 하는 그야말로 아주 평범한 말이다. 평범 하되 그것은 진실을 말하는 말이에요. 그리고 저희들 한 사람 한 사람도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의 언론인이라는 직업적 사명감에 입각해서 자기의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하나의 양심인들입니다. 하나의 자유 언론을 해야 되겠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유 언론을 해야 되겠다는 당연한...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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