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별 모양으로 표시된 HR 8799와 그 주변의 행성들. 나사 제공
美 연구팀 130광년 밖 외계행성 직접 촬영해 이산화탄소 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처음으로 외계 행성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착했다. JWST로 외계 행성의 특성을 직접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외계 행성의 유형을 더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윌리엄 발머 연구원(박사과정) 연구팀은 18일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서 JWST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130광년 거리에 있는 별을 돌고 있는 4개의 외계 행성으로 이루어진 행성계(HR 8799)를 촬영, 이산화탄소 등 원소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HR 8799 주변 외계 행성 4개가 태양계의 목성·토성처럼 단단한 핵 주변에 가스가 뭉쳐 형성됐다는 강력한 증거이며, JWST로 외계 행성 대기 성분 등 화학적 특성을 직접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HR 8799는 태양의 1.5배 질량과 4.9배 밝기를 가진 별로 130광년 밖 페가수스자리에 있다. 주변에 최소 4개의 거대 외계 행성(HR 8799b·c·d·e)가 있으며, 2008년 이후 천문학계에서 주요 외계 행성 연구 대상이 돼 왔다. HR 8799 다중 행성계는 3000만 년밖에 안 된 젊은 행성계로 외계 행성들은 여전히 적외선을 다량 방출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외계 행성계 형성 과정을 별이나 갈색 왜성(brown dwarf)과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고 있다.
연구팀은 "거대 외계 행성은 목성이나 토성처럼 고체 핵이 가스를 천천히 끌어당기거나 젊은 별의 냉각 원반에서 거대 천체로 빠르게 붕괴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며 "어떤 모델이 더 일반적인지 알면 외계 행성 유형을 구별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JWST의 코로나그래프 장치로 중심별에서 나오는 밝은 빛을 차단하고, NIRCAM를 이용해 주변 외계 행성들을 3~5㎛ 파장대로 관측해 촬영했다. 코로나그래프는 별이 빛나는 중심부를 가리고 주변에 퍼지는 빛의 파장을 관측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촬영된 이미지를 분석해 이산화탄소와 다른 대기 성분을 나타내는 적외선을 포착했으며, 이들 외계 행성의 대기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무거운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2022년 JWST는 700광년 밖의 가스 행성 ‘WASP-39 b’가 중심별 앞을 지날 때 대기가 별빛을 받아 빛나는 형태를 분석해 이산화탄소를 감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번에 HR8799를 촬영해 이산화탄소를 확인한 것은 직접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이산화탄소를 확인한 것이다.
발머 연구원은 "이렇게 강한 이산화탄소 특징이 포착된 것은 이들 외계 행성의 대기에 탄소, 철 같은 더 무거운 원소가 상당량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이들 외계 행성이 목성·토성과 같은 방식으로 형성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연구를 통해 태양계와 생명, 우리 자신을 외계 행성계와 비교함으로써 우리 존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외계 행성계를 촬영해 비교하면 태양계가 우주에서 얼마나 특이한 존재인지 또는 일반적인 존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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