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SBS
한동안 배우 박형식을 수식하는 단어는 '아기 병사'였다. MBC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준 무해한 매력에 더해 작품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결이 그랬다. 그런데 첫 장르물에 나선 박형식은 아기 병사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 있던 묵직한 매력을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SBS '보물섬'(연출 진창규·극본 이명희)은 살아남기 위해 2조 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남자와 해킹당한 사실을 모르고 남자를 죽여 2조 원을 영원히 날려버린 비선 실세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대산그룹 회장비서실 대외협력팀장 서동주 역을 맡은 박형식은 남다른 연기 변신으로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 활동을 비롯해 '상속자들', '가족끼리 왜 이래', '화랑', '슈츠', '해피니스' 등의 연기 활동과 '진짜 사나이' 등의 예능에서 보여준 박형식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보물섬'에서는 야망을 가득 담은 남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는 다소 가볍더라도 시원하고 사이다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 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물섬'은 이보다는 더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이 전개된다. 여기에 박형식이 상대해야 할 배우들은 허준호, 이해영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선배 배우들이다. 자칫 새로운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면 극의 전체적인 흐름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주인공이 빌런에게 잡아먹혀도 어색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사진=SBS
증량을 비롯해 외적으로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박형식은 이러한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도드라졌던 밝은 분위기를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아쉬울 수 있지만, 묵직한 카리스마와 야망 넘치는 모습은 아쉬움을 이겨낼 정도로 신선하다. 첫 회부터 수위 높은 베드신에 과감하게 도전한 박형식은 총에 맞아 바다에 빠지거나 물고문을 당하는 등 쉽게 촬영하기 어려웠을 장면에서도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액션뿐만 아니라 염장선, 허일도와의 심리전에서도 절대 지지 않으려는 서동주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앞서 '슈츠', '해피니스' 등에서 지적인 카리스마나 생존 액션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보물섬'에서는 그 수준과 수위가 모두 높아졌다. 박형식은 한층 확장된 자신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아기 병사' 뒤에 숨어있던 매력을 보여줬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보물섬'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복수를 위해 목숨까지 내건 서동주, 서동주로 인해 욕망에 불이 붙은 염장선과 허일도에 더해 허일도의 악행을 알게 된 여은남(홍화연)까지 얽히며 앞으로의 전개 역시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에서 묵직하게 작품을 이끌어갈 박형식의 활약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시청자들 역시 박형식의 연기에 화답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보물섬의 시청률은 12.3%, 전작 '나의 완벽한 비서'가 기록했던 12.0%의 최고 시청률을 뛰어넘었다. 또한 동시간대 다른 작품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첫 방송한 '보물섬'의 직접적 경쟁자는 MBC '언더커버 하이스쿨'이다. '보물섬'은 첫 회부부터 '언더커버 하이스쿨'에 우위를 점했다. '언더커버 하이스쿨'보다 1~2%P 정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보물섬'은 '언더커버 하이스쿨'이 주춤하는 사이 시청률 격차를 두 배 가까이 벌리는 데 성공했다. '보물섬'은 화제성 측면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보물섬'을 통해 성공적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박형식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박형식은 오는 8월 공개되는 KBS '트웰브'에 출연한다. '트웰브'는 12간지를 대표하는 히어로들이 악귀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형식은 12천사 중 한 명이 아닌 무자비한 힘으로 천사들과 대적하는 악귀 역을 맡았다. '보물섬'에서의 성공적인 변신을 감안한다면, '트웰브'에서의 연기 변신 역시 충분히 기대를 걸어도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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