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리튬소재는 이론적으로 고압 충전을 통해 기존보다 최대 70%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다. 전기차에 적용되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리튬소재는 이론적으로 고압 충전을 통해 기존보다 최대 70%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지만 산소 기체가 발생해 폭발 위험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국내 연구팀이 과리튬소재를 구성하는 금속 일부를 바꿔 산소 발생을 막는 방법을 제시했다.
울산과학기술연구원(UNIST)은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배터리 양극 신소재인 과리튬 소재에서 산소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막는 소재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됐다.
과리튬소재는 약 4.5볼트(V, 전압의 단위)까지 고압 충전이 가능한 신소재다.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정격전압은 3.7V, 완충시 4.2V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km까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고압 충전 과정에서 소재 내부에 있던 산소가 산화돼 기체 형태로 방출되며 폭발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4.25V 근처에서 산소가 산화될 때 양극재 일부에서 구조적 변형이 발생하고 불안정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활용해 과리튬소재 내에 있는 전이금속 일부를 전기음성도가 더 낮은 전이금속 원소로 바꿔 산소의 산화를 근본적으로 막는 전극 소재를 설계했다. 전기음성도는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할 때 전자를 끌어오는 힘을 상대적으로 비교한 값이다. 전기음성도가 클수록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다.
과리튬소재 내의 기존 전이금속을 A라고 하면 A보다 전기음성도가 낮은 전이금속 B로 A 일부를 치환하면 전자들은 전기음성도가 상대적으로 큰 A 주변으로 모인다. 이런 전자의 흐름이 전이금속 A, B와 산소의 전자 공유도를 변화시켜 산소가 전자를 잃고 산화되는 것을 막는 원리다. 결과적으로 산소 기체 발생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과리튬 양극재에 포함된 루테늄(Ru) 일부를 전기음성도가 낮은 니켈(Ni)로 치환하면 산소 기체 발생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차세대 양극 소재인 과리튬 또는 과망간 소재의 안정화 전략을 위한 이론적 모델을 제시해 기술 개발 방향성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논문 제1 저자인 김민호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원은 "기존 연구는 산화된 산소를 안정화시켜 기체 형태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한 반면 이번 연구는 산소의 산화 자체를 막는 데 집중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양한 실험과 이론 분석으로 양극재 연구자들에게 소재 개발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에너지 밀도를 높인 폭발 없는 장거리 주행 배터리 소재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adv.adt0232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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