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2편
서민 대출 문턱 높이는 저축은행
서민 대출 2년 만에 33.7% 감소
저축은행 대출 금리 낮지도 않아
지난해 6월 대출 금리 16.8%
같은 기간 대부업 대출 금리 18.1%
건전성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지만…
대출 어려운 서민 대부업으로 몰려
서민금융 역할 외면한단 비판 커져
# 2011년 터진 '저축은행 사태'에서 힘겹게 탈출한 국내 저축은행 업계가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이번에도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한 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이어진 저금리 국면에서 PF 대출을 늘린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의 불똥이 애먼 서민에게 튀고 있다는 점이다. 건전성 강화에 나선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부터 조이고 있어서다.
# 물론 몇몇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고 있긴 하지만, '서민금융'이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출 문턱을 높인 것도 모자라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가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視리즈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2편'에서 살펴봤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1편'에서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저축은행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저축은행의 실적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친 건 2023년부터다.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한 결과였다. 저금리 국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던 PF 대출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거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게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6월 2.17%였던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12.52%를 기록하며 2년 만에 10%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다행히 3분기 연체율이 9.39%로 소폭 하락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저축은행이 매각해야 할 부실 PF 사업장이 적지 않아서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38개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매각 대상 PF 대출 사업장은 128건이나 됐다.
누군가는 "가계 대출을 확대해 수익을 늘리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8.37%에 달했다. 연체율만 감안하면 지금은 건전성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 때문인지 저축은행이 가계 대출을 늘리긴커녕 중‧저신용자 대출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의 부실이 장기화하면서 서민금융기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 높아진 대출 문턱 = 이 때문인지 저축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2월 신용대출을 취급한 국내 33곳의 저축은행 중 19곳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에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저축은행이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저신용자 대출을 조이고 있는 셈이다.
신용평가기업 나이스평가정보가 김남근(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신규 취급액)은 2022년 4006억원에서 2023년 236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엔 늘어나긴 했지만 2655억원에 머물렀다. 저축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이 2년 만에 33.7% 줄어든 셈이다.
그 결과, 저축은행의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2%에서 1.8%로 쪼그라들었다.
그렇다고 대출금리가 낮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6월 중·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해준 8개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16.81%였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 18.1%(금감원)와 엇비슷하다.
신용대출(5년 만기·원리금균등 상환)로 500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저축은행에 내는 이자는 242만4690원, 대부업체의 이자는 263만3920원인 셈이다. 급전急錢이 필요한 사람들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나 매한가지'란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에선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는 옹호론을 내놓지만,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질적 역할을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금융취약계층이 늘어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역대 최대치인 1만5397건을 기록했다(이인영 의원실). 2020년 8043건에서 2배 가깝게 늘어난 수치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는 게 어려워진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의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방증이다.
■ 초라한 서민금융 = 몇몇 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연 20%)가 너무 낮아서 중·저신용자 대출로는 수익을 올리는 게 힘들다"고 항변한다. 부실 대출 우려를 감안하면 무리하게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영업을 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늘어놓는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한 이유가 과도한 PF 대출이란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거의 없다. '서민금융'이란 저축은행의 역할을 한번 더 상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서민금융기관의 지역금융에서의 역할 재정립'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이 수년간 부동산 대출을 확대하면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 게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며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축은행의 본질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이나 중금리 개인 신용대출을 일정 비율 이상 공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부업체와 다를 게 없어진 저축은행은 '실종된 본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3편 흔들리는 저축은행중앙회와 차기 회장 선거에서 이어나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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