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당대표 선출 후 14일 총리 취임
16일부터 사흘간 유럽 순방길 올라
17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방문
찰스 3세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대화
스타머 총리와도 경제·안보 협력 논의
파리 방문해 프랑스 대통령과도 회담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7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향해 무례한 발언을 중단해야 양국 관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 이어 영국 런던을 방문,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무례하고, 양국 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지적해왔던 발언이 중단돼야 미국과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취임한 카니 총리는 1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카니 총리는 지난 9일 집권 여당인 자유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첫 연설에서도 “미국이 우리에게 존중을 보일 때까지 (보복)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강경한 맞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의사도 갖고 있다.
그는 “캐나다 경제 규모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대일 보복 관세로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만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캐나다와 미국이 통상·안보 관계 전반에서 포괄적인 대화와 협상을 갖길 원한다면서 “미국이 그런 대화를 할 준비가 되면 우리 역시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총리관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회담하고 있다. [EPA]
▶찰스 왕세자 시절부터 인연 “다시 만나 대단히 기쁘다”=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를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조롱하며 캐나다 병합 의지를 수차례 드러낸 바 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경제통’으로, 당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응할 적임자로 급부상해 트뤼도 전 총리에 이어 당대표로 선출, 총리직에 올랐다.
이날 그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예방하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했다.
영연방에 속하는 캐나다의 국가원수인 찰스 3세는 이날 런던 버킹엄궁에서 카니 총리를 맞이해 환하게 웃으며 대화했다.
카니 총리는 찰스 3세와 악수 중 자신의 캐나다 훈장이 부러졌다고 했고, 찰스 3세가 자신의 훈장을 만지며 “내 것을 원하나요?”라고 농담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캐나다 훈장은 영국 국왕이 수여한다.
찰스 3세는 카니 총리를 자리로 안내하며 “다시 만나 대단히 기쁘다”고 했고, 카니 총리는 “할 이야기가 많다”며 화답했다. 카니 총리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 시절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를 여러 차례 만난 바 있다.
이후 접견은 비공개로 30분간 이어졌다.
BBC 방송은 이날 만남에 대해 “찰스 3세가 캐나다에 지지를 보낸 또 하나의 상징적 제스처”라며 “말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무언의) 암호화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영국 매체들도 이날 찰스 3세가 카니 총리를 맞이할 때 맨 붉은 넥타이는 캐나다 국기에 대한 지지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캐나다는 국기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영국 왕실은 통상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지나갔을 법한 일이지만 당시 찰스 3세는 이례적으로 “자랑스럽고 회복력 있으며 애정 있는 국가”라는 성명을 냈다.
찰스 3세는 지난 2일에는 카니 총리 전임자인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를 샌드링엄 영지로 초청해 만났다. 4일에는 영국 해군 항공모함 HMS 프린스오브웨일스에 승선하며 캐나다 메달을 제복에 달았다.
지난 13일에는 레이몽드 가녜 캐나다 상원의장, 그레고리 피터스 상원 흑장수위관(캐나다 의회 최고 의전직위)을 만나 캐나다 상원의 새 의례용 검을 전달했다.
BBC는 왕실 소식통을 인용, 찰스 3세의 이런 행보가 모두 캐나다에 대한 찰스 3세의 지지와 헌신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스타머 英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협력 논의=이어 카니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로 이동해 스타머 총리와 회담했다.
두 정상은 양국 및 주요 7개국(G7)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카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주권을 가진 두 동맹국(영국과 캐나다)은 역사와 가치, 국왕 등을 공유하며 영연방 내에서 함께한다”며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훌륭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주요 7개국(G7) 회의 의장국인 캐나다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를 위해 추진 중인 자발적인 연합체 ‘의지의 동맹’ 논의에 캐나다가 참여하는 것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카니 총리도 두 국가가 “공유된 가치 위에 세워졌다”며 “우리는 세계가 재조직되는 역사의 한 순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호간에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투자자 중 하나로, 우리 두 나라의 경제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며 “양국의 안보 협력 또한 필수적이며, 우리는 G7을 통해 세계를 재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후 낸 자료에서 “두 정상은 관계 강화를 원하고 있다”며 “두 정상은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가능한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놓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카니 총리는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도 경제, 국방, 통상 분야 관계 강화를 논의했다.
두 정상은 정보·안보 분야의 새로운 파트너십 출범을 공식화하고, 이를 통해 사이버 안보 강화와 주요 위협에 관한 정보 공유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AI) 개발, 핵심 광물자원 및 청정에너지 분야 협력, 규범에 기반한 자유무역 수호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캐나다 총리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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