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즌마다 번번이 좌절…"내가 성장했을 지 궁금"
AG 金 병역 문제는 해결…"어머니 밥 먹고 다시 힘낼 것"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김포공항=뉴스1) 권혁준 기자 = "정말 간절하지만, 간절하면 안 된다."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의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박지원(29·서울시청)은 자신의 심정을 모순된 말로 표현했다.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그 간절함 때문에 경기에서 평정심을 잃어선 안 된다는 '자기 최면'과도 같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25 베이징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뒤 돌아왔다.
박지원을 비롯한 남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 5000m 계주에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박지원과 함께 장성우(화성시청) 등이 기대를 모았으나 개인전은 빈손이었다.
박지원으로선 더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면 차기 시즌 대표팀에 자동 승선하면서 내년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박지원은 현재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꼽히지만, 올림픽 출전은 한 번도 없다. 성인 무대 데뷔 이후 9시즌이나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나 올림픽 시즌마다 번번이 대표 선발전을 뚫지 못한 것이 이유다. 2018 평창 올림픽, 2022 베이징 올림픽 모두 동료 선수들의 출전을 지켜봐야만 했다.
박지원은 올림픽 출전을 위한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그는 다음 달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2025-26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격한다. 여기서 상위 3위안에 들어야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고, 못해도 5위안에 들어야 계주 멤버로 나설 수 있다.박지원이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동메달을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올림픽은 박지원에게도 무척이나 간절하다.
하지만 "간절하지만 간절해선 안 된다"는 그다.
박지원은 "모순되긴 하지만, 이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면서 "쇼트트랙에서 평정심은 아주 크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기복 없이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앞서 몇 차례 좌절했던 시간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을 지 스스로 궁금하다"면서 "내 생각대로 충분한 성장이 이뤄졌다면, 작년에 그랬듯이 또 한 번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에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뒤 국대 선발전을 치렀고, 전체 1위로 올 시즌 태극마크를 달았다.
늦은 나이까지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던 그는, 지난달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선수 생활의 큰 고비를 넘었다.쇼트트랙 대표팀 박지원.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박지원은 "월드투어 종합 1위를 했고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만족스러운 성과도 있었다"면서 "아쉬움은 남지만, 다시 돌아가도 이보다 더 열심히 준비할 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최선은 아니었으나 차선의 결과를 도출한 박지원은 못다 이룬 꿈인 올림픽 출전을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선다.
박지원은 "작년에 어려운 선발전을 뚫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면서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해보겠다"고 했다.
쉼 없이 달려왔기에 체력적인 부담은 있지만, 이 또한 이겨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박지원은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잘 먹고 회복해서 다시 힘을 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