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배설물에 든 살아있는 세포로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물 배설물에 포함된 세포가 멸종 위기종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배설물 내에 포함된 세포가 특정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17일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수잔나 윌리엄스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교수가 배설물에 든 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는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표범, 바다거북 등 많은 야생동물들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배설물에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 박테리아 등과 함께 생물의 세포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해당 세포가 멸종 위기종의 개체 수 감소를 막는 방책이 될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쥐와 코끼리의 배설물 등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분리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들이 유전적 다양성을 촉진해 특정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적 다양성은 특정 종이 가진 유전자 변이들을 의미한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을수록 특정 종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배설물에서 추출한 세포의 DNA를 분석해 특정 종의 유전자 변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해당 종의 보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 프로젝트는 지금 매우 매우 초기 단계에 있다”며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 특정 종을 보존하는 방식을 ‘유전적 구제’라고 한다. 연구팀은 배설물에서 추출한 살아있는 세포를 살아있는 동물로 만드는 유전적 구제에 나선 것이다. 추출한 세포의 핵을 기증된 동물의 난자에 삽입해 배아를 생성하고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하는 등의 방식으로 새 생명체를 탄생시키겠다는 목표다.
연구팀은 쥐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세포를 정자 및 난자로 전환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개별 동물들의 정자와 난자를 힘들게 수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환경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개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이 질병이나 환경에 적응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유전자 교정을 통해 보다 잘 살아남는 개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냉동 동물원 등은 유전적 구제 목적으로 이미 멸종 위기종의 세포와 조직을 저장하고 있다. 냉동 동물원은 희귀 동식물에서 채취한 세포 및 조직들을 극저온에서 냉동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에는 동물 자체에서 세포나 조직을 채취했다면 연구팀의 방법은 배설물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고통이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살아있는 세포를 배설물에서 분리해 배양할 수 있다고 해도 이를 개체로 키우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장애물들이 있다. 각 동물들의 생식, 생리학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려면 자연 보호 및 회복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자초프스키 미국 클렘슨대 생태학과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가 손실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자연 보호와 회복을 이끌기 위한 대규모 보존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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