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후 복귀 시즌에도 기량 여전…"2년 전 판단 틀리지 않았다"
3연속 올림픽 金 정조준…"주종목 1500m, 안해 본 500m도 욕심"쇼트트랙 최민정이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선수권대회를 마치고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5.3.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1년을 쉬고 돌아왔어도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27·성남시청)의 월드클래스급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예리해지고 노련미까지 갖춘 대선수로 성장했다. 최민정이 세계선수권에서 첫 금메달을 딴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번 시즌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세계 정상급임을 입증했다.
최민정을 비롯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25 베이징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올렸다.
유일한 금메달은 최민정의 몫이었다. 최민정은 대회 마지막 날인 16일 여자 1500m 결선에서 2분27초13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금메달은 최민정이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17번째 금메달이다. 개인전으로 국한하면 12번째 금빛 메달이다.
그는 만 17세였던 2015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나가 1000m와 3000m 슈퍼파이널, 계주 금메달을 독식하며 종합 우승을 차지해 단숨에 세계 정상급 스케이터로 올라섰다.
이후 2016년, 2018년, 2022년에도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23년엔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은메달만 3개를 땄다.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 지난해엔 세계선수권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금메달은 2022년 이후 3년 만에 따낸 세계선수권 금메달이자, 휴식 이후 복귀한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이 1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귀국한 뒤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최민정도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도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엔 금메달을 따고 소리를 질렀다"면서 "2015년에 세계선수권 첫 우승을 차지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금메달을 땄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스스로 뿌듯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최민정은 지난 시즌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1년의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다. 휴식과 함께 스스로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이었는데, '연속성'이 끊긴다는 측면에선 쉽지 않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돌아온 빙판에서도 최민정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올 시즌 ISU 월드투어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종합 5위에 올랐고,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했다.
최민정은 2년 전의 판단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휴식기를 가진 1년간 기본기를 다지고,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고, 돌아와서 더 많은 걸 채울 수 있었다"면서 "정말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것도 있지만, 선수로서의 기량도 좀 더 발전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은 정말 힘들었지만 눈 깜빡할 새 벌써 시즌이 끝났다. 어려울 때, 중요할 때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쇼트트랙 최민정이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선수권대회를 마치고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5.3.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최민정의 눈은 이제 밀라노로 향한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 금메달로 차기 시즌 국가대표 선발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서 도합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냈던 최민정은,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그는 "주 종목인 1500m에서 3연패를 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500m와 1000m처럼 아직 못해본 종목에 대한 욕심도 있다"면서 "어느 한 종목에 국한하지 않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인다면, 한 종목에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이 한 번도 정복해 보지 못한 500m에 대한 욕심이 크다. 그는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이 종목 결선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최민정은 "1500m에선 모든 기록이나 성적을 다 가지고 있기에 안 해봤던 것, 어려운 것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면제받았지만, 중요한 시즌인 만큼 '여유'를 부릴 틈은 없다고 했다.
최민정은 "개인 훈련을 좀 더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면서 "올림픽 시즌이기에 잠깐의 휴식 이후 일찍부터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