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콘텐츠 거래체계 및 대가산정 기준 마련 필요성'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인기 프로그램 '나는 솔로'는 TV뿐 아니라 넷플릭스·웨이브·티빙·왓챠·쿠팡플레이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W'는 방송 직후 티빙과 웨이브에서 퀵 VOD로 방송된다. SBS 같은 지상파 옛 프로그램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등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그 결과 콘텐츠 공급의 중복성이 높아지고, 홀드백(콘텐츠 제공 지연 기간)이 단축되면서 유료방송의 차별화 전략이 어려워지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용석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교수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 "방송채널사업자의 멀티호밍 방식과 규모에 따른 콘텐츠 대가 산정 산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방송채널 사업자의 멀티플랫폼 유통 실태 연구'에 따르면, OTT가 지상파, 종편 등의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유료방송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OTT가 유료방송과 동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멀티호밍' 현상이 가속하면서 시청자들은 접근성이 높은 OTT로 이동하고 있다. OTT가 기존 플랫폼의 대체재가 된 셈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455개 방송 프로그램 중 44%에 달하는 636개는 두 개 이상의 OTT 플랫폼에 중복 공급되고 있다. 이 중 81개 프로그램은 네 개 이상의 OTT 플랫폼에서 동시 제공된다. '나는솔로', '무엇이든 물어보살', '연애의 참견' 등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 5개 OTT에 모두 공급된다.
특히 웨이브와 티빙은 퀵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을 통해 실시간 콘텐츠도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지상파는 웨이브 중심, 종편과 tvN 계열은 티빙을 중심으로 퀵 VOD를 제공하면서 방송 직후 홀딩 시간이 거의 없이 콘텐츠가 노출된다.
이 가운데 콘텐츠 사용료 부담이 유료방송 경영 악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콘텐츠 대가산정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SO 사업자는 방송부문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하고, 위성방송사업자는 적자 전환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총 방송사업 매출도 전년 대비 4.7% 감소해 유료방송 성장 한계가 드러난 만큼 현 상황이 이어지면 '한계사업자'로 전락해 방송사업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수익 감소가 지속되면서 콘텐츠 제작사(PP)와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콘텐츠 사용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방송 콘텐츠 가치 하락과 경쟁상황 변화, SO 경영상황, 콘텐츠 사용료 지급비율 증가추세 등을 고려할 때 콘텐츠 대가기준 마련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출 연동 방식의 명확한 콘텐츠 사용료 산정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콘텐츠의 플랫폼 독점 가치를 낮추는 멀티호밍 방식에 따른 콘텐츠 대가의 산정 산식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부는 2021년 '선계약 후공급'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대가산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이해관계자 합의에 실패해 여전히 대가와 관련한 이슈는 사업자간 협상에만 의존하고 있다.
SO 업계에서는 콘텐츠 대가를 기본 채널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의 매출액 증감과 연동해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정 방송사업자가 평균보다 높은 지급률을 적용하고 있다면, 이를 3년간 점진적으로 평균 수준으로 인하하는 보정 옵션을 도입한다. 또 유사한 군별로 시청점유율 및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콘텐츠 사용료를 배분하는 채널군 설정으로 공정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케이블TV 업계 한 관계자는 "협상력에 의존한 거래관행에 전년 대비 n% 인상, 인하 방식의 기준만으로 거래가 이뤄져 온 것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각 플랫폼의 방송사업 경영상황 변화, 독점 콘텐츠 여부 등의 요소를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에 반영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 변화가 방송콘텐츠 거래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