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삼 강릉아산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이 15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대한종합건강관리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미선 기자.
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동해와 대관령이 보이는 곳에 강릉아산병원이 위치해 있다. 강원도 고성부터 태백, 정선, 영월, 경상북도 울진에서도 환자가 오는 이 병원은 연간 5만건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영동권의 유일한 상급 종합병원이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의료 접근성과 의료 서비스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홍종삼 강릉아산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의료가 확산되기 이전부터 관련 기술을 도입했다.
홍 센터장은 "경북 울진에서도 환자가 오는데, 환자가 집에 돌아간 후 이상 소견을 발견하면 그 환자는 멀리 있는 병원까지 또 와야 한다"면서 "AI를 활용해 처음부터 검사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이상이 있을 경우 바로 추가적인 검사까지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AI를 병원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관련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주요 기업들을 모두 만나봤다. 이후 2021년 1월부터 건강검진 시 촬영한 흉부 엑스선과 유방 엑스선 영상 판독에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강릉아산병원에서는 웨이센의 AI 내시경 '웨이메드 엔도' 등이 공급돼 사용되고 있다. 건강검진으로 강릉아산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던 A씨는 검사를 통해 위 점막에 다수의 미란을 동반한 위염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검사에서 웨이메드 엔도가 한 군데의 미란에 대해 히트맵(열지도) 표시와 함께 암 위험성 수치 99%를 알려준 것이다.
홍 센터장은 "보통 모양이 나쁘지 않고 다발성으로 있는 위염은 조직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는데, A 환자는 AI의 판독을 참고해 조직 검사 결과 최종 위암이 진단됐다"고 했다.
이후 A씨는 병원이 시행하는 암 환자 패스트트랙을 통해 수술까지 2주 안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홍 센터장은 AI는 의사 판단의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 의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서의 AI 활용은 당연한 흐름이 됐고, 의료AI 관련 기업은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생기고 있다"며 "AI는 의료진의 피로도나 눈의 착시 현상에 의해 놓칠 수 있는 병변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 의료진에 병변 진단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사러 가서 갤럭시를 쓸지, 아이폰을 쓸지 비교해보고 구매하는 것처럼 의사들이 비슷한 종류의 AI 솔루션 중에서 선택할 때, 많이 쓰이고 있는 AI 솔루션이 최선의 제품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솔루션을 충분히 활용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나아가 다양한 학회에서 의료 AI 솔루션 사용 후기 등을 주고받으며 피드백과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I 솔루션 개발과 활용에 있어 건강검진센터에서의 외래 진료 연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센터장은 "검진센터는 보험 청구에 구애되지 않아 의료 AI 기기 도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며 "따라서 단순히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과 값을 갖고 임상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이때 이상 소견에 대해 이해와 신뢰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종합건강회관리 연구이사로도 활동중인 홍 센터장은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만큼, 이와 관련된 AI 기술 도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건강 검진이 아니라 고령층에 특화된 검진 항목이 선정되고 AI를 활용한 고령층 검사 장비가 등장할 수 있도록 개발기업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학회를 통해 이를 위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의료 분야에 생성형 AI 기술이 속속 접목되는 가운데 홍 센터장은 고도화된 의료 AI가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는 몇년 전부터 개인건강기록을 앱을 통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수집된 자신의 정보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건강검진 시기와 항목을 안내받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질병의 위험도는 물론 향후 어떤 생활 습관 변화가 필요하며 이상 소견이 있는 특정 검사 주기는 어떻게 되는지를 자세하게 안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AI가 환자 상태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질문지를 생성하고, 데이터 추출 정확도를 높여 검진과 치료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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