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디지타임스 "낸드 1·2위 업체도 10% 안팎 인상 전망"
D램 현물 가격도 상승 곡선…DDR4 소진, DDR5 집중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음 달 낸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만 경제지 디지타임스는 1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음달 낸드 가격을 10% 안팎 인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디지타임스는 "일부 반도체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의 3월 낸드 납품량이 당초 주문량의 20~25%에 불과하다고 토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생산 능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가격 인상을 위한 준비 조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서 주요 낸드 제조사들도 공급 가격을 인상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에서 분사한 샌디스크는 다음달 1일부터 모든 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다고 밝혔고, 2분기에도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중국 양쯔메모리(YMTC)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반도체 업계에선 낸드 시장점유율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격 인상에 동참하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낸드 시장점유율은 33.9%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0.5%로 두 업체의 합이 54.4%에 달하는 셈이다.
낸드의 현물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28Gb 멀티레벨셀(MLC)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2.08 달러로 바닥을 찍었지만, 지난달 중순 2.29 달러까지 4%가량 올랐다.
주요 낸드 제조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데는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재고 소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러시오더(Rush order)는 전반적인 글로벌 IT 공급망의 재고 수준을 낮추고 있다"며 "지난해 2분기부터 가격 협상력이 낮아졌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단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D램 업계 매출 및 시장 점유율 [사진=트렌드포스]
실제로 낸드 뿐만 아니라 D램 현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범용 D램인 DDR4 16Gb 제품의 평균 가격은 2월 말 1.85달러였지만, 3월 둘째주 1.89달러로 올랐다. DDR5 16Gb 제품은 2월 중순 4.74 달러였지만, 최근 5.07달러로 7%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은 1분기 업황을 보수적으로 보고 출하를 줄이는 상황이기에 현물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 전환했다"며 "기대가 거의 없었던 낸드 또한 샌디스크와 YMTC의 가격 인상 소식이 보도될 정도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요 제조사들의 D램 평균판매가격이 2분기부터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D램 공급이 수요 회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 연구원은 "1분기 DDR4 재고가 소진된 후 DDR5를 중심으로 2분기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예정에 없던 중국 CSP 업체들의 AI 투자가 더해지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은 2분기 이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메모리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는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12~2월 실적 발표를 통해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한달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실적의 카나리아'로 불린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