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 여자단식 시상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안세영은 2년 만에 대회 정상을 탈환했다. AP연합뉴스
‘셔틀콕 퀸’ 안세영(삼성생명)이 배드민턴 최고 권위의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불굴의 정신력을 앞세워 금메달을 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처럼 부상 투혼을 발휘한 끝에 승리를 쟁취했다. 안세영은 “나는 이제 왕이 됐다(I’m a king now)”며 여자단식 1인자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2위)를 2대 1(13-21 21-18 21-18)로 꺾고 우승했다. 2023년 첫 우승 이후 2년 만에 다시 밟은 대회 정상이다. 최근 20연승을 달성한 안세영은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에 이어 전영오픈까지 올해 국제대회에서 4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1899년 시작된 전영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드민턴 대회다. 안세영은 2023년 한국 여자단식 선수로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우승을 해내며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그는 같은 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지난해 파리올림픽까지 제패하며 완벽한 1인자로 발돋움했다.안세영이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안세영은 2년 만에 대회 정상을 탈환했다. 신화연합뉴스
안세영은 오른쪽 허벅지에 테이핑을 잔뜩 한 채 결승에 나섰다. 전날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와 준결승에서 부상을 당한 탓이었다. BWF에 따르면 안세영은 독감까지 겹쳐 호흡과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었다.
잦은 통증에 몸을 숙이고 무릎을 움켜쥐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게임을 내준 안세영은 끈질긴 수비로 2게임을 따냈다. 상대가 체력을 소진한 3게임에선 되레 공격적으로 나서 경기를 매듭지었다. 1시간 35분의 혈투였다.
BWF는 “안세영은 신체적·정신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끈질기게 버텼다”며 “관중들은 마라톤 랠리와 날카로운 공방전에 탄성을 자아냈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무릎 부상을 안고 시작한 천위페이(중국·13위)와의 아시안게임 결승 당시에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금빛 스매시를 완성했다.
압도적 기량을 유지 중인 안세영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안세영은 이날 BWF를 통해 “오늘 경기는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야 한다’는 말만 되뇌었다”고 말했다.김원호(왼쪽)와 서승재가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 남자복식 시상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승재-김원호 조(이상 삼성생명)는 이날 대회 남자복식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남자복식의 우승은 2012년 정재성-이용대 이후 13년 만이다. 이들 조는 말레이시아오픈과 독일오픈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정상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