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정유성 교수팀은 미국 포덤대학교(Fordham University)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신소재의 합성 가능성을 예측하고, 그 예측 근거를 해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반도체 및 2차전지의 신소재 설계 시간 단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정유성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 김성민 박사후연구원(제1저자) 사진=서울대학교
신소재 합성 가능성 예측 기술의 중요성
신소재 개발 과정에서 합성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방법은 열역학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예측에 그쳐 정확도가 떨어지고, 합성 가능성이 낮은 후보 물질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거나 합성이 어려운 물질을 최적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실험이 자주 발생하며, 연구 자원과 시간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LLM을 활용해 무기 결정 구조의 합성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측 근거를 과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의 기계학습 모델이 단순히 합성 가능성만을 분류한 것에 비해, LLM은 예측에 필요한 요소들을 밝혀내고 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모델을 구축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김성민 박사후연구원(제1저자)이 참여한 논문으로, 세계적인 화학 분야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와 독일응용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각각 2024년 7월 11일과 2월 13일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먼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무기 결정 소재 데이터를 대규모 언어모델에 학습시키는 미세 조정(fine-tuning) 과정을 거쳤다. 그 후, LLM을 사용해 특정 물질의 합성 가능 여부를 분류하고, 합성에 필요한 전구체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하였다. 결과적으로 LLM은 기존의 맞춤형 기계학습 모델보다 더 높은 예측 정확도를 달성했다.
또한, LLM은 합성 가능성 예측뿐만 아니라 합성이 어려운 이유와 그 근본적인 원인을 과학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아직 합성되지 않은 가상의 물질의 합성이 어려운 이유와 그것을 개선할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통해 소재 합성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상관관계와 요소들을 규명하는 데도 성공했다.
신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
이번 기술은 국내 신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및 2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신소재 개발 방식은 많은 시행착오를 수반했지만, LLM을 기반으로 한 예측 기술을 활용하면 소재 설계를 가속화하고,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소자 및 고효율 배터리 소재 설계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한국이 주도하는 첨단 소재 산업이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연구소와 기업들이 새로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하고, 실제 양산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성 교수는 “LLM이 신소재 합성 가능성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예측 근거를 해석하고 합성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규칙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LLM 기반 기술이 발전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신소재 설계 방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성민 박사후연구원은 앞으로 기계학습과 재료과학을 융합한 후속 연구를 통해 신소재 개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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