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번호 1번을 단 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로 달리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베이징, 최원영 기자) 반성하고, 반등을 다짐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종목 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이날 남자 5000m 계주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표팀 에이스인 박지원(서울시청)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마지막 경기였던 남자계주부터 복기했다. 장성우(화성시청)~박지원~김건우(스포츠토토)~이정수(서울시청) 순으로 역주를 펼쳤고, 박지원이 마지막 주자인 2번을 맡았다. 한국은 6분41초891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캐나다가 6분41초271로 금메달, 중국이 6분41초840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지원은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이 정말 이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에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남자대표팀은 첫 메달 데이였던 지난 15일 남자 1500m와 500m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16일 남자계주에 앞서 펼쳐진 1000m에서도 준결승에 출전한 박지원, 장성우, 김건우 모두 탈락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개인 종목 '빈손'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오른쪽에 위치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계주에서 동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 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헬멧 번호 1번을 단 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로 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계주에선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박지원은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대회에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메달도 아닌 금메달을 원하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며 "선수들 모두 개인 종목 메달을 못 딴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주에서 더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더 힘을 써보려 했다"고 밝혔다.
다소 초라한 성적으로 세계선수권을 끝마쳤다. 박지원은 "올 시즌 너무나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어떤 훈련을 해야 더 좋아질지도 알게 됐다"며 "우리가 다 함께 발전해야 내년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과제가 주어졌다는 것은 더 높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려 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 ISU 월드투어 남자부 종합 우승자인 윌리엄 단지누와 스티븐 뒤부아 등이 버티고 있는 캐나다가 절정의 경기력으로 이번 대회를 압도했다. 남자 500m와 1000m에선 뒤부아, 1500m에선 단지누가 우승했고 남자계주와 혼성계주, 여자계주에서도 캐나다가 정상에 섰다.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권 선수들의 실력도 상향 평준화됐다.
박지원은 "우리가 잘하고 있을 때 외국 선수들은 그만큼 우리에 대해 분석했고 발전을 이뤘다. 그래서 우리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본다"며 "이제 우리의 다음 스텝이 중요하다. 이들을 보고 따라가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지금은 외국선수들이 도망가야 하는 위치고 우리가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 "(정상을 지켜야 하는) 그 선수들도 분명 힘들 것이다. 언젠간 다시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번 시즌 국제대회는 이제 끝이 났다. 지금부터 누가 무엇을 얼마나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고 덧붙였다.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로 달리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로 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나아가 박지원은 "자리를 충분히 내줄 만큼 내준 것 같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하고, 또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지만 만약 다음 시즌에도 국가대표로 뛰게 된다면 더 이상 (메달을)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몸소 보여드려야 하는 게 운동선수다.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국내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남녀 각 1명에게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을 준다. 여자부에선 1500m 금메달을 수확한 최민정(성남시청)이 이 혜택을 누리게 됐지만, 남자부에선 해당자가 나오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다음 달로 예정된 2025-2026시즌 1~2차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2026년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이번 선발전이 무척 중요하다. 특히 박지원은 그동안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이루려면 선발전부터 통과해야 한다.
박지원은 "밀라노로 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 여기고 있다. 지금껏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충분히 이겨냈고 그만큼 성장했다"며 "회복 후 선발전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에 관해서는 "참 어려운 말인데, 간절하면서도 (평정심을 위해) 간절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지만 그렇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예선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베이징, 최원영 기자
사진=베이징, 최원영 기자 / REUTERS, EPA,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