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영은 올해 공식전 20연승을 완성했다. 아울러 최근 4개 대회 연속 우승 대업도 달성했다.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까지 석권하면서 '셔틀콕 여제' 지위를 더 확고히 구축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셔틀콕 여제'가 또 해냈다.
안세영(23, 삼성생명)이 눈부신 부상 투혼으로 '배드민턴의 윔블던'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 정상을 2년 만에 탈환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2-1(13-21 21-18 21-18)로 꺾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올해 공식전 20연승을 완성했다. 아울러 최근 4개 대회 연속 우승 대업도 달성했다. 앞서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제패한 안세영은 최고 권위를 지닌 전영오픈 트로피까지 들어올려 여제 지위를 공고히 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아임 어 킹, 나우(I'm a king, now)"를 소리 높여 외쳤다. 관중석에서 커다란 환성이 터져나왔다. 지금은 '안세영의 시대'임을 선언했다.
이어 "정말 놀라운 한 주다. 결승전을 이겨 정말 행복하다"며 환히 웃었다. 100%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눈부신 투혼을 발휘한 배경에 대해서는 "나를 믿었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힘줘 말했다.▲ 안세영은 "아임 어 킹, 나우(I'm a king, now)"를 소리 높여 외쳤다. 지금은 '안세영의 시대'임을 선언했다. ⓒ 연합뉴스
경기 시간만 1시간 35분에 이르는 혈투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떠오르게 하는 명승부였다.
당시 안세영은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숙적' 천위페이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중반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특유의 질식 수비로 천위페이 전의를 상실케 했다. 기어이 우승을 차지해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그 경기를 2025년 버밍엄에서 재현했다.
확실히 이날 안세영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다리가 무거웠다. 앞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4강전에서 입은 허벅지 통증이 영향을 미쳤다. 상대 크로스 헤어핀에 평소처럼 반응하지 못했다.
오른발을 차주면서 수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원활하지 않았다. 특유의 그물망 수비로 상대를 피곤하게 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쥐는 게 안세영 스타일인데 그 운용 방식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결국 1게임을 13-21로 내주고 끌려갔다.
경기 중반 예기치 않은 변수가 등장했다. '체력'이었다. 왕즈이가 2게임 중반부터 급격히 지쳤다. 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하니 안세영이 치고 나왔다. 감동의 부상 투혼 배경에는 체력적 우위가 있었다. 결국 2게임을 21-18로 역전해 게임 스코어 타이를 이뤘다.
3게임은 체력전이었다. 경기 내내 안세영의 질식 수비를 상대한 왕즈이가 먼저 열세를 드러냈다.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며 범실이 늘어났다. 안세영이 11-8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후 난전이 이어졌다. 왕즈이가 추격하면 안세영이 달아나는 흐름이 지속됐다. 3게임 중후반까지 점수 차가 1~2점을 오갔다.
세계 2위 왕즈이는 만만찮은 적이 아니었다. 과감한 푸시와 대각 공격으로 14-13,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포제션서도 득점해 15-13으로 스코어를 바꿨다.
여기부터는 정신력 싸움이었다. 누가 먼저 지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열쇠였다.
안세영 뒷심이 더 매서웠다. 왜 현시점 배드민턴계 여제가 안세영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수비는 여전히 견고했고 점프 스매시, 대각 공격, 드롭샷을 섞어 착실히 점수를 쌓았다.
안세영이 20-18로 매치포인트에 선착했다. 결국 왕즈이 3연속 범실을 유도해 21-18로 3게임을 마무리했다. 대역전승 대미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