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채널A 요즘>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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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드림팀의 레전드 이상인이 14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6년 전 경남 밀양으로 귀향해 만 8세(금쪽이), 6세, 4세 삼 형제를 육아 중인 그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이상인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를 자녀들이 어릴 때 시골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자연 속에서 뛰놀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엄마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도시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금쪽이는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을까. 그리고 엄마의 표정은 왜 그토록 어두웠을까. 영어를 독학으로 배웠다는 금쪽이는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는 등 영재적인 모먼트를 보여줬는데,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중 심각한 내용에도 혼자 폭소를 터뜨리는 의아한 행동을 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만복했다. 막내로 오해할 만한 뜬금없는 행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은영 박사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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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금쪽이는 엄마 아빠와 시장에 갔다가 낯선 사람 앞에서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엄마는 4세 때 어린이집에서 금쪽이의 특이 행동 발견됐고, 선생님으로부터 ①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②눈 맞춤이 안 되고, ③또래보다 말이 늦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상인은 금쪽이가 관심 분야에는 초집중하지만 그 외에도 소통이 불가해서 떼부림으로 이어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쪽이는 이미 소아 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자폐 소견을 받았지만, 부모는 자의적으로 판단하며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은영은 인간의 발달은 연속적인 과정인데, 만약 아이의 발달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면 전문가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칫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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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학교에서 금쪽이는 선생님한테 대뜸 반말을 했다. 또, 혼자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는 등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바지에 손을 넣는 모습까지 관찰됐다. 오은영은 "좋아질 거라는 작은 가능성도 놓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할 타이밍"이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오은영의 자폐 스펙트럼 핵심 양상(R.R.F)
Repetitive: 의미 없는 행동과 말의 반복
Ritual: 자신만의 의식과 절차를 진행
Fixation: 특정한 것에 대한 집착
오은영은 자폐 스펙트럼의 핵심 양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상태는 일반 아동에게도 있을 수 있다며 전문가가 직접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금쪽이를 직접 만나고 온 그는 대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상호 작용의 어려움이 있다며 자폐 스펙트럼으로 진단했다. 무의식적으로 부정해 왔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하는 아이의 어려움 앞에 부모는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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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엄마 아빠가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대뇌의 신경회로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거예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오은영)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단계적으로 사회적 기술을 훈련시켜서 일상에 적용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상호작용은 부모의 노력과 적절한 지원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어려움은 있겠으나 학습을 통해 소수의 사람들과 안정적인 관계도 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적 의미의 교육을 병행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수월한 치료를 위해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의 이동도 권유했다.
뿌옇기만 했던 금쪽이의 어려움은 명확해졌다. 앞으로의 방향성도 정해졌다. 하지만 더 심각한 어려움은 엄마에게 있었다. 결혼 생활의 절반 가량을 주말부부로 보내야 했던 엄마는 아들 셋을 독박 육아하는 버거움을 토로했다. 게다가 낯선 환경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외로움도 느끼고 있었다. 8년간 쌓여온 갖가지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엄마의 기진맥진... 회복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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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모든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박박 긁어 써서 그릇에 구멍이 난 상태예요." (오은영)
아이들과 함께 아빠를 마중나간 엄마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표정이 없었다.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터지는 백척간두에 서 있었다. 오은영은 엄마의 우울감에 우려를 표했다. 왜냐하면 부모의 우울증은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처 능력이 저하되고, 훈육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도 엄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마음이 텅 비어 위태로운 엄마는 그동안 어떻게든 견뎌왔지만, 약물 치료가 시급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약물이 일상에 영향을 미쳐 지금은 약물 치료를 포기하고 의지로 버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오은영은 엄마가 처해 있는 현실이 극한의 육아이기 때문에 잘 못 버텨낸다고 해서 무능한 것도 아니고 자녀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위로했다.
오은영은 우울증 치료제는 정신 건강의 균형을 잡아줘서 최악으로 빠지는 것을 막고 일상을 버틸 힘을 준다고 설명했다. 가족을 위해 버티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며 지금이라도 자신을 돌보라고 강력히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주말부부는 지양하고, 육아 도움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상인은 역귀향을 결심했다. 아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단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더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결혼인데, 왜 더 고생하고 힘들어야 하는 걸까.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고, 삶의 속성일지라도 자신을 위해, 서로를 위해, 가족을 위해 더 좋은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상인 가족이 어떤 솔루션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뤄낼지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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