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최신 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중국 BOE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주요 플레이어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진짜 강자’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특허료로 매년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미국 유니버셜디스플레이(UDC)가 그 주인공이다.
1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UDC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 CSOT, 비전옥스, 텐마 등의 디스플레이 제조사와 장기 특허 이용 계약을 맺고 있다. 글로벌 OLED ‘탑 6’인 이들 기업의 점유율을 합하면 전 세계 OLED 시장의 90%를 훌쩍 넘어선다.
UDC 주요 고개사
UDC는 지난해 2억3900만달러(약 350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대부분 특허 로열티와 OLED 재료 판매로 벌어들였다. OLED 업계 1인 삼성디스플레이가 UDC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매년 1000억원, LG디스플레이는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UDC는 2018년까지 매출 상위 3개 고객사를 공개했는데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는 UDC 매출에 9154만달러(약 1300억원)를 기여했다. LG디스플레이는 8164만달러(약 1100억원), BOE는 2474만달러(약 350억원)를 로열티와 재료 구입비 등으로 UDC에 지급했다.
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지불하는 로열티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TV뿐 아니라 노트북, 모니터, 태블릿PC에 대한 OLED 탑재가 본격화되면서다. 지난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점유율은 51%로 기존 LCD(액정표시장치)를 처음을 넘어섰다.
UDC가 이처럼 로열티를 싹쓸이할 수 있는 것은 OLED 핵심 원천 특허 때문이다. OLED는 빨강, 초록, 파란색 3개 발광층을 조합해 색을 만드는데, UDC는 빨강과 초록 발광 소자에 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UDC 특허가 없으면 OLED 패널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LCD TV가 대중화되기도 한참 전인 1994년 창립자인 셔윈 셀릭손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9볼트 건전지로 자발광하는 초록색 빛을 본 후 UDC를 설립했다. 이후 UDC는 프린스턴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30년간 OLED 기술을 연구하며 OLED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UDC가 가진 OLED 관련 특허는 6000개가 넘는다.
UDC는 영업이익률이 30~40%에 이르는 우량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매출의 50%씩이 로열티와 재료 판매비에서 나온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에도 UDC 매출은 6억 4768만달러로 전년 대비 12% 늘었고, 순이익은 2억2200만달러로 9%가량 증가했다.
OLED 시장 규모. 자료=UDC
업계에선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OLED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LED는 LCD에 비해 전력을 덜 소모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애플, 삼성, 화웨이 등 스마트폰 업체와 노트북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에 OLED 탑재를 전방위적으로 늘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UD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청색 발광 소자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UDC를 포함한 전 세계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OLED 청색 소자 개발에 10년 전부터 뛰어들었으나, 지금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한 곳도 없다.
OLED 패널 구조. 빨강 초록 파랑 3개 발광층을 조합해 색을 낸다. 자료=UDC
OLED는 LCD보다 수명이 적은데,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청색 발광재료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발광효율이 100%인 빨강 초록색과 달리 청색은 발광효율이 25%에 그치고 있다. 효율 100% 청색 소자를 적용하면 OLED 패널의 전력 소모도 추가로 25% 줄일 수 있다.
UDC는 2024년 청색 소자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 여파로 지난해 10월 미국 증시에서 2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150달러(14일 종가)까지 흘러내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UDC와 청색 소자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편, 지난 2022년 청색 OLED를 개발해온 독일 사이노라를 인수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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