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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다툼과 기술안보 논란이 인공지능(AI)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AI모델 개발 기업들이 중국의 AI기술 절취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CEO 스피커 시리즈' 행사에 초청된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산업 스파이 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은 대규모 산업 스파이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 AI기업들의) 알고리즘 중에는 코드 몇 줄로 이뤄진 1억달러짜리 기밀도 많다. 이를 훔치려는 이들이 있고, 실제로 성공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이런 위험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앤스로픽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에 바라는 AI분야 액션플랜 제안서를 최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 제출했다. 에너지 공급에 대해서도 다뤘는데, 아모데이 CEO는 "중국 같은 권위주의적 경쟁자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를 미국이나 동맹국 내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 산업계의 AI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지난해 미국 전력망에 추가된 총 에너지의 절반 수준인 50기가와트의 에너지가 2027년까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 짚었다.
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 명의로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한 내용과는 차이점도 있는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남긴 AI칩 수출 규제(AI Diffusion Rule)에 대해 앤스로픽은 "AI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라며 고수할 것을 주장했다.
MS의 경우 클라우드 사업자라 입장이 다른 것으로, 미국의 동맹국(티어1)과 적성국(티어3) 외에 티어2로 분류된 지역 데이터센터의 AI칩 조달 문제로 그 완화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취지에선 궤를 같이한다.
앞서 스미스 부회장은 "이제 티어2 국가의 고객들은 미국산 AI 기술의 공급이 부족해져 그들의 경제 성장 기회가 제한될 것으로 우려한다.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들 국가가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위해 다른 곳을 찾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그들이 선택할 곳은 분명해 보인다. 규제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이는 중국의 급속하게 확장하는 AI 부문에 선물을 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AI분야에서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경계태세는 '딥시크 쇼크'를 기점으로 지속 강화되는 추세다. 오픈AI는 딥시크가 증류기법 등을 통해 자사 추론모델을 베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 자사에 투자한 MS와 함께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가성비는 인상적이나 우리가 훨씬 뛰어난 모델을 만든다"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회사의 연구개발 행보는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아모데이 CEO 또한 "딥시크도 스케일링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단지 비용절감 곡선상의 또 다른 데이터 포인트일 뿐"이라며 유사한 평가를 내렸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최첨단 모델을 생산할 수 있었던 기업들은 미국 내 3~5개 정도였는데, 딥시크는 그와 대등하게 기술 혁신을 이뤘다"면서 "(스케일링 법칙의) 비용절감 곡선 관점에서도 AI칩 수출 통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 않으면 중국이 더 빠르게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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