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누자>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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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누자> 포스터. |
ⓒ 넷플릭스 |
2022년 인도 뉴델리, 팔락과 아누자 자매는 부모님 없이 둘이 살아가고 있다. 함께 제봉 공장에서 일하는데, 어느 날 미슈라 선생님이 찾아와 아누자를 찾는다. 그녀는 수학 천재이기에 400루피(약 6644원)만 있으면 윌리엄스 기숙학교 입학시험을 치러 합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공장장이 가로막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도 단편 영화 <아누자>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어느덧 세계적인 경제대국(GDP 세계 5위권, 국부 세계 10위권)으로 우뚝 선 인도의 믿기 힘든 이면을 그렸다. 1인당 GDP가 세계 100위권 한참 밖에 있다는 지표가 조금은 반영할 수 있을까.
400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6644원이 없어 수학 천재라 불리는데도 불구하고 명문 기숙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기 힘들다니 무슨 '쌍팔년도' 얘기를 하고 있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재 인도가 그렇다. 믿기 힘들 정도로 살기 힘든 수많은 밑바닥의 반석 위에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가고 있다.
한편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언니는 묘수를 생각해 낸다. 아니ㅡ 이미 생각해 놨다. 공장에서 몰래 자투리를 모아 만든 가방을 직접 팔아 돈으로 환산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쉽지 않을 텐데 아누자가 어느 중년 여성에게 팔려는 순간 경비원이 쫓아온다. 긴박한 추격전, 과연 아누자는 무사히 탈출할까? 가방은 팔았을까?
아누자와 경비원의 추격전이 은근 스릴 있다. 매우 짧거니와 액션다운 액션이 없으니 스릴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아누자가 잡히지 않고 가방 판 돈으로 기숙학교 입학시험을 꼭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시각적 자극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스릴을 만드니 의미 있다.
사실 팔락이 몰래 만들어 모아 놓은 가방들은 아누자의 기숙학교 입학시험비가 아니라 그녀 자신의 결혼 지참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 수학 천재 아누자와 다르게 평범한 여성인 팔락은 인도에서 할 수 있는 건 시집을 잘 가는 것뿐이고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14시간씩 매일 일해도 버는 돈은 얼마 없다.
현재냐 미래냐 그것이 문제다
그런가 하면 아누자는 고민한다. 언니와 미슈라 선생님의 당부대로 화요일 오전 8시에 기숙학교 입학시험을 치를 것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공장장이 큰 걸 줄 요량으로 같은 시간에 본인의 사무실로 오라는 말을 받아들일 것인지. 입학시험을 치르자니 언니가 걸리고, 공장장 사무실에 가자니 불 보듯 뻔한 미래가 걸린다.
이 영화의 핵심이 바로 아누자의 고민이다. 현재냐 미래냐 그것이 문제다. 입학시험은 아마도 합격할 텐데, 그래서 미래가 활짝 펼쳐질 텐데 언니 팔락의 삶은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다. 반면 공장장한테 가면 현재는 당분간이라도 더욱더 편안해질 것이다. 인생을 건 선택이 어리디 어린 아누자를 힘들게 한다.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누자가 당연히 입학시험을 치르러 가서 미래를 활짝 필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이다. 부모님 없이 언니를 세상의 모든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다름 아닌 그 언니를 뒤로할 수 있느냐 말이다. 더욱이 그녀가 비록 굉장히 어리지만 일찍 철이 들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벌써 어른이 돼 버렸기에 현실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 이전에 점점 더 심화될 거라는 생각과 일개 개인은 물론 단체, 재단이 발 벗고 나서도 근본적으로 바뀔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그리고 이내 허망해진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 고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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