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왼쪽)과 고 김새론. 골드메달리스트 제공, 김새론 SNS캡처
배우 김수현의 미성년자 교제설은 사실이 아닌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이미 그의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고인도 폭로자도, 여론도 아닌 그의 ‘태도’다.
14일 김수현 소속사가 고(故) 김새론과 김수현의 관계에 대해 “과거 연인 사이였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항간에 떠도는 고 김새론의 미성년자 시절 교제가 아닌, 성인이 된 뒤인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사귀었다는 내용이다.
앞서 김수현이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통해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3월,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자숙 중이던 고 김새론은 자신의 SNS에 김수현과 볼을 맞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가 ‘빛삭’(빠르게 삭제)했다. 열애설이 돌자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 측은 “과거 같은 소속사였을 당시 촬영한 것으로 보이며 김새론씨의 이러한 행동의 의도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차가운 선을 그었다.
김수현 소속사의 입장은 단호했기에, 대중은 김새론이 김수현을 상대로 ‘셀프 열애설’을 생산했다며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최근 고인의 ‘이모’라 주장하는 이가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을 통해 김새론이 만 15세부터 6년간 김수현과 교제했다는 엄청난 폭로를 내놓았을 당시도 소속사는 “가로세로연구소가 유튜브 방송을 통해 김수현 배우와 관련하여 주장한 내용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할 수 있는 한 가장 강력한 법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가세연이 볼뽀뽀 사진에 이어 군 시절 쓴 손편지, 또 다른 스킨십 사진 등을 연이어 공개하고 하물며 “알몸 사진이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기자 “다음 주에 공식입장을 내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서둘러 “성인이 되어 교제한 것이 맞다”는 입장을 냈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캡처
김수현 소속사가 내민 해명을 뜯어보면, 김수현의 미성년자 교제 의혹과 채무 7억 독촉 의혹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김새론이 입고 있는 옷의 출시 연도, 함께 찍은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통해 가세연이 공개한 열애 증거 사진들이 고인의 미성년자 시절이 아닌 성인이 된 후 찍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또 김수현이 김새론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고 내용증명을 통해 채무 7억을 독촉했다는 주장엔 골드메달리스트의 재무상표를 공개하고 상속법 및 증여법을 첨부해 설명했다. 회사 측이 실질적으로 채무를 모두 탕감해줬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김새론이 내야 할 세금문제(증여세)까지 해결해주기 위해 애썼다는 내용이다. 김새론의 채무 탕감을 승인한 임원이 업무상 배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내용증명을 통해 김새론의 채무를 대손충당하기위한 서류상 과정을 밟았을 뿐이란 해명이다.
이들 주장이 사실이고 맞다면, 김수현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상당 부분 억울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과거 보였던 태도와는 달라진 터라,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고인이 과거 교제 시절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고 해서 김수현이 “사귄 게 맞다”고 인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도 그에게 사생활 공개를 강요할 권리는 없다. 다만 대중의 실망은 그런 것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애초에 “의도를 알 수 없다” “명백한 허위사실” 라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말장난 같은 공식입장이 아닌 좀 더 진실하고 따뜻한 태도로 대응할 순 없었을까?
가세연의 폭로 후 온라인엔 그가 미성년자를 그루밍했다는 비난 뿐 아니라 김수현이 김새론의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않았고, 10일 뒤 지드래곤의 리스닝 파티에 참석했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웃음을 견인하는 모습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씨가 장례식장에 참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때 자신이 만든 소속사 1호 배우였던 고인을 차갑게 손절하고 가는 길마저 배웅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인간적인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둘이 어떤 사정으로 사귀었고 어떤 이유로 이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때 연인이었기에 본인 역시 괴로움이 클 것이다. 어떤 이들은 ‘김수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누구나 곁을 주던 사람을 떠나보내면 ‘그때 조금 더 따뜻한 말을 할걸, 내가 한 번 손을 내밀걸…’ 하는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고 김새론은 가짜 뉴스와 악의적인 기사, 수많은 비난 댓글과 차가운 조롱 속에 25살 꽃다운 나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곁에 아주 조금의 따뜻함이 존재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더불어 당당히 과거 연애사를 밝히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김수현에게도 대중의 따뜻한 이해가 더해지길 바란다. 또 김수현 측이 후일에 “미성년자 시절에 사귄 것이 맞더라, 죄송하다”는 또 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더이상의 논쟁과 비극은 대중도 바라지 않을테니 말이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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