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법 폐지해야” 언급 반박
“법안 기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아메리카 퍼스트’에 부합”
“전임 행정부 아이디어로 착각하고 있을 수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 공장./삼성전자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폐지하고 기업들에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텍사스주 공화당 의원들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이클 맥콜 전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각) 텍사스 트리뷴에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서명하긴 했지만, 이 법안의 기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그의 국가안보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반도체법이 미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맥콜 의원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첫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들어선 텍사스 오스틴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맥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선언에 대해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발언을 했으며,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대 뒤에서 수습을 위한 정리 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반도체법을 “끔찍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아무 의미가 없고 반도체법과 남은 것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며 반도체법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맥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을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아이디어라고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8월 제정된 반도체법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입법 성과로,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총 527억달러(약 76조6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반도체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에 제정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NDAA 2021엔 중국과의 기술 전쟁,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보호 등을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맥콜 의원에 따르면 2020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팀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이 반도체 공급망을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전할 필요성을 논의하면서 반도체법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한다. 하원 중국 태스크포스 의장이었던 맥콜은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반도체법의 원류가 공화당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다. 이후 반도체법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초당적 합의에 따라 제정됐다.
2021년 11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왼쪽부터)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공장 부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존 코닌 텍사스주 상원의원도 반도체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법안이 폐지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아시아에 집중된 현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미국 경제는 대공황 수준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들 의원은 반도체법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반도체법 시행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1660억달러(약 231조원)에 달해 이 법안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텍사스주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규모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4조7000억원)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듬해 반도체법이 통과되면서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발표한 투자액은 370억달러(약 53조8000억원) 이상이며, 미 정부로부터 최대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미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대만 웨이퍼(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도 텍사스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각각 9억달러(약 1조3000억원), 3억3800만달러(약 5000억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 텍사스 주정부는 연방 정부의 지원과 별도로 2023년 약 7억달러(약 1조원원)를 반도체 제조 기업 지원 예산으로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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