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앵커>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업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집행하겠다는 겁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일단 이번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반응 좋지 않습니다.
<앵커>
삼성SDI가 결정한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인데요.
제3자 배정의 경우는 보통 먼저 투자를 하겠다는 쪽이 있어서, 그쪽에 파는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은 쉽게 말해서 십시일반으로 기존 주주에게 각출해 자금을 모으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 투자자에게 파는 순서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I의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고요.
이외에도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국민연금공단과 블랙록 등이 있는데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최대주주가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삼성전자도 3,000억원 정도를 부담할 것으로 알려집니다.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데 대규모로 자금 조달을 하자 "어려운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요.
또 기존 주주들 지분율이 희석돼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삼성SDI가 넥스트라 에너지에 배터리를 수주했다는 소식도 있었단 말이죠.
그래도 시장에서는 삼성SDI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기자>
미국 넥스트라 에너지와 4,374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가 안 팔리다 보니까 배터리 업계가 ESS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죠.
다만 배터리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전기차용입니다.
ESS로 감깐이야 버틸 수야 있지만 결국에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죠.
삼성SDI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 유럽 헝가리 공장 등에 투자하고요.
전고체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신기술도 개발합니다. 대부분 전기차용 배터리를 겨냥한 거죠.
삼성SDI 측은 "다가올 슈퍼 사이클을 겨냥한 것"이라고 유상증자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삼성SDI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버티면 좋은 날 올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꼭 그렇다고 말씀 드리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 1월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가 전년 보다 오히려 26.5% 늘었습니다.
당연히 점유율 1위인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가 무섭게 성장했고요.
국내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난해 보다 점유율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삼성SDI는 점유율이 11.6%에서 7%까지 내려가 3위였던 순위가 5위로 내려갔죠.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전기차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인데요.
중국이 주력하는 배터리입니다. 국내 업체의 주력은 삼원계(NCM) 배터리고요.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안전성이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30% 이상 저렴해 완성차 업체의 채택이 늘고 있는 건데요.
최근에는 중국 LFP 배터리 성능도 상당히 개선되면서 NCM만 고집해 온 국내 업체가 밀리게 된 겁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뒤늦게 잘 팔리는 LFP 배터리와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 배터리를 같이 가져가는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죠.
<앵커>
사실 슈퍼 사이클이 과연 올 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네,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파산했죠..
지난해 초 공장을 확장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7조원 이상을 대출하려다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취소되기기도 했죠.
그쯤 BMW도 공급 계약을 철회했고요. 지금의 국내 업체와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업계에서는 파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율을 꼽고 있습니다.
노스볼트의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은 연간 생산 능력이 최대 16기가와트시(GWh)지만, 실제 생산량은 1GWh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쓸 수 있는 제품보다 버려지는 게 더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력의 한계인데요.
양산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를 해결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사업을 벌리다가 위기가 온거죠.
최근 원통형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경쟁도 마찬가지라는 평가입니다.
슈퍼 사이클이 오면 기술력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는 판단이지만,
대규모 자금이 수반되는 투자는 양산성과 또 경제성에 초점을 두고 보수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당분간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삼성SDI는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하면서 추가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는데요.
그간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며,
장기간 실적 방어에 성공했던 삼성SDI의 변화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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