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건강 문제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공동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2023년 11월 경영 복귀를 선언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카카오는 13일 “CA협의체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단독 의장 체제로 전환된다”며 “김범수 창업자는 공동 의장에서 물러나며, 그룹의 비전 수립과 미래 전략을 그리는 미래 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2023년 11월부터 이어온 경영쇄신위원회 활동도 마무리한다. 공식적으론 “국내외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더 빠른 의사 결정 및 실행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김 창업자의 건강상 문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초기라 위중한 상태는 아니지만, 당분간 수술 등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창업자는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며 공식적으론 그룹 경영에 손을 뗐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 시세조종 의혹까지 불거지며 그룹 전반 상황이 악화되자 복귀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카카오라는 이름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의 리스크는 단시간에 해소되지 않았고, 급기야 김 창업자는 지난해 7월 SM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구속됐다. 이후 11월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1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올해를 인공지능(AI)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관련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를 출시할 예정이며, 지난달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오픈AI와도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공동 개발 중이다. 카카오톡 역시 AI를 중심축으로 대폭 개편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경영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업계 안팎에서 김 창업자의 부재를 우려하는 이유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이미 정신아 대표가 회사 주요 현안들을 주도해 처리해 온 만큼 경영상의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이날 포털 사이트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겠다는 계획도 임직원에게 공지했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과 합병했고, 이후 다음 포털의 인터넷 비즈니스 노하우를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업계에선 별도 법인 분리 이후 다음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 측은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윤정민·김민정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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