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대표 체제로
카카오 김범수(59)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건강 악화로 당분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창업자의 빈자리는 정신아(50) 대표가 채울 예정이지만, 그가 주도해온 경영 쇄신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13일 “김 창업자가 사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 공동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CA협의체 의장은 정 대표가 단독으로 맡는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당분간 치료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0년 메시지 앱을 출시한 카카오가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자, 김 창업자는 2023년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업 재편을 주도해 왔다. 2023년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주가 재판에 계속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강 문제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카카오의 사업 구조 조정 속도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이날 사내 독립 기업(CIC)으로 있던 검색 플랫폼 ‘다음’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양진경
◇건강상 이유로 경영 퇴진
2006년 카카오를 설립한 김 창업자는 2022년 3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 단체 간 갈등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2023년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그는 “카카오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만들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새로운 카카오 대표로 선임하는 등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 한때 150개에 육박하던 계열사를 116개 수준으로 줄이는 등 사업 구조 조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김 창업자는 지난해 SM엔터 인수 관련 시세 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석방됐다. 현재 거의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쇄신위원회 활동은 종료된다”며 “앞으로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여하는 전략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 ESG위원회 등이 중심이 돼 그룹을 경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쇄신의 운명은
김 창업자가 추진해 온 그룹 구조 조정은 정신아 대표가 이어받는다. 이날 카카오는 사내 타운홀 미팅(직원 간담회)을 열고 포털 ‘다음’을 분사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된 지 11년 만이며, 다음이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한 지 2년 만이다. 다음은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 월평균 점유율이 2%대로 떨어지며 이용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다음이 카카오 실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 내부에서는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분사해 다음의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은 현재 확실한 수익원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번 분사를 통해 다음은 독자적인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직원들에게 분사 이후에도 카카오에 남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음 분사는 이사회 등 과정을 거쳐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신아 대표는 단독으로 CA협의체를 이끌며 계열사 구조 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사업상 연계성이 떨어지는 영역을 분사·매각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계열사 구조 조정은 김범수 창업자의 의지가 중요한 만큼 당분간 쇄신 속도에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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