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가해자와 방관자로 지목된 이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MBC 또한 진상조사 착수만 밝혔을 뿐 사과 한마디 없는 상태. 이에 진상조사보다 사과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로 활약한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사망했다. 사망 당시에는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배경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난 2025년 1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호소가 담긴 유서가 발견되고 이 내용이 보도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뒤 MBC 측은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대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셑너)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 일부 기사에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라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길 바란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무분별한 유포와 의혹 제기를 자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고인의 명예와 직결돼 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MBC의 입장 발표 이후 오요안나의 일기장과 유서 내용 등이 공개되면서 대처가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유족은 ‘사건반장’을 통해 “지난해 9월 6일 첫 시도를 했고 이후 한 번 더 시도했다. 결국 9월 15일 사망했다. 정신과를 10여 군데 다니면서 약을 처방받고 병원 두 군데에서는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털어놨다”라고 밝혔고, 누리꾼 A 씨는 MBC 안형준 사장과 부서 책임자, 동료 직원 등을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 과실치사,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MBC는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되며 회사 내 인사 고충 관련 조직의 부서장들도 실무 위원으로 참여해 정확한 조사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고인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직후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지금까지 확보된 사전 조사 자료 일체를 위원회에 제공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MBC 측은 진상조사 착수만 발표했을 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 특히 MBC는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혀 비판을 받았다. 또한 가해자와 방관자로 지목된 이들은 비판과 비난이 쇄도하자 SNS 댓글창을 닫고 유튜브 영상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만 취했을 뿐 침묵을 지키고 있어 더 큰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최근에는 주변인들이 오요안나 사망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언급하며 2차 피해를 안기고 있다. 진상조사에 앞서 사과가 우선이 되어야 할 상황에 계속되는 고인 저격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상황. 당장의 비난과 비판에 눈과 귀를 가리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 이후 진상조사를 통해 같은 피해를 예방하는 게 우선 아닐까.
/elnino8919@osen.co.kr
[사진] SNS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