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경찰'로 돌아온 신현준
"故 김수미, 스태프 많이 챙겨줬다"
신현준이 '귀신경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배우 신현준은 '귀신경찰' 관련 인터뷰에서 故 김수미를 언급하며 끝까지 '엄마' 혹은 '어머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신현준에게 김수미는 친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신현준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수미가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신현준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귀신경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귀신경찰'은 돈 벼락 한 번 못 맞고 때아닌 날벼락 맞은 이후 하찮은 능력을 갖게 된 경찰이 그의 가족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얽히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작품이다. 신현준은 초능력을 갖게 된 경찰 현준 역을 맡았다.
'귀신경찰'은 신현준과 김수미의 호흡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두 사람은 '맨발의 기봉이'와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서도 모자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신현준은 "우리 모자(김수미 신현준)가 어느 순간 브랜드가 됐다. 엄마랑 나랑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코드가 있더라"고 말했다. 실제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신현준과 김수미의 케미스트리에 빠져들었다. 신현준은 "어머니의 마지막 작품이 많은 분들이 웃을 수 있는 영화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수미는 촬영장에서도 늘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신현준은 "춘천에서 촬영했는데 어머니가 스태프들을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 반찬 가져오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밥차의 공간 일부분을 남겨두면 그곳에 수미 엄마가 반찬을 놔두곤 했다. 스태프들이 엄마 반찬을 좋아했다. 엄마가 간식도 챙겨줬다"고 말했다. 한 스태프가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기분이 안 좋은데 욕해주세요"라고 말하자, 김수미가 곧장 유쾌하게 욕설을 쏟아냈단다. 신현준은 "엄마는 범접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갖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어머니를 그리워하시는 걸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신현준이 김수미를 향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귀신경찰'은 유료 관객 티켓당 200원의 기부를 진행한다. 100원은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전달된다. 나머지 100원은 연세의료원 소아청소년 환자치료비로 사용된다. 앞서 홍보 대사와 후원 등으로 선행을 펼쳤던 김수미와 신현준이 선보이는 또 다른 선한 영향력이다. 신현준은 "어머니께서 '영화가 잘 되면 뭐라도 하자'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보고 계실 거라고 믿는다. '어떻게 하면 기뻐하실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수미는 평소 신현준이 출연한 작품을 보고 감상평을 들려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신현준은 "방송이 나갔는데 (김수미의 평가가) 아무 것도 없으니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최불암의 문자를 받게 됐다. 드라마를 잘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현준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 주시는 느낌이 들었다"고 먹먹했던 마음을 전했다.
김수미와의 마지막 통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신현준은 "엄마가 꽃을 좋아하신다. 생일에 하얀색으로 보내드렸다. 어머니가 전화로 '현준아, 꽃 너무 예쁘다' 하셨다. 엄마랑 수없이 많이 통화했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힘들어 보였다"고 했다. 당시 김수미는 "현준아, 곧 보자. 아들,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그게 김수미와 신현준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 신현준은 "그 '사랑해'가 마지막일 줄 몰랐다. 추석 때도 우리 애들이 보고 싶다고 해서 사진을 보내드렸다"면서 슬퍼했다.
그럼에도 그는 슬픔을 딛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1968년생인 신현준은 2021년 막내딸을 품에 안으며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는 "손녀 같은 막내딸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빠가 함께 결혼식장에 들어가 줘야겠다는 생각에 술은 물론 탄산음료까지 끊었단다.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신현준은 "딸을 낳고 몸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배우로서도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철저하게 관리해 멋지게 늙어가는 게 신현준의 목표다. 그 과정 속에서 신현준은 '귀신경찰'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모두 전하고 있다.
한편 '귀신경찰'은 지난 24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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