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 사진제공|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이 우민호 감독과 손잡았다. 영화 ‘하얼빈’에서 대한의군 우덕순 역을 맡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안중근의 7일간 여정을 보여준다.
“우민호 감독은 아주 정확하고 화끈한 사람이에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완벽한 장면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죠. 또한 배우가 자신의 의도대로 연기를 보여주면 그 누구보다도 크게 환호해주기도 해요. 그래서 저 역시 배우로서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고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감사한 사람이죠. 현장 역시 딱히 힘덜었던 게 기억나지 않는데, 그만큼 제가 현장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 이유 중 대부분은 우민호 감독 때문이었고요. 제가 뭘 하는지 매일매일 인식시켜주는 감독과 일해서 즐거웠습니다.”
박정민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하얼빈’으로 현빈, 이동욱 등과 호흡한 소감, 우덕순 캐릭터를 소화하기까지 느낀 부담, 안식년을 선언한 이유 등을 들려줬다.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샘컴퍼니
■“독립 운동가를 연기하는 부담감 컸어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은 안중근(현빈)과 신의로 맺어진 의군 ‘우덕순’으로 분해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다만 실존인물이 ‘밀정설’에 휘말리며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라,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했다.
“갑론을박이 있는 인물인데, 이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논란은 생각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만 영화 속 우덕순을 연기할 땐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에서 그려진 우덕순을 참고했어요. 추운 나라에 늘 깔려있는 찬 공기 같은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부분을 차용해 이 영화 안에 표현하고자 했죠.”
영화 ‘하얼빈’ 속 박정민(왼쪽 두번째).
독립운동가를 연기하는 부담도 있었다.
“부담이 상당했죠. 그래서 실수를 최소화해야했고요. 그러면서도 그런 숭고한 마음에 연기가 함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최대한 실존인물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영화적인 표현들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접근했고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나라 상황과 영화 속 내용이 비슷한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수상한 세월이 또 이렇게 반복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전 사람의 힘을 믿습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분노하고 슬퍼하기도 하겠지만, 결국엔 사람들이 힘을 합쳐 모든 걸 옳은 방향으로 끌고갈 거예요. 그 힘을 충분히 믿어도 되는 안정적인 나라가 될 거고요. 이 시대 국민들이 힘들고 어려운 와중에 옳은 방향으로 나라를 데리고 갈 겁니다.”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샘컴퍼니
■“현빈·전여빈·이동욱,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동지들이죠”
그는 이 작품으로 현빈, 전여빈, 이동욱 등 수많은 배우와 고락을 함께했다.
“영화 안에서 우리가 동지였던 것처럼 실제 촬영현장에서 우리 배우들도 하나가 된 느낌이었어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눴고, 혹한 속에서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서로를 너무 좋아했죠. 그 따뜻했던 감정 때문에 웃음도 잃지 않았고요. 그 정도로 제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동료들이었어요.”
특히 조우진과 협업은 그에게 많은 자극을 안겨줬단다.
“조우진 선배를 보면서 정말 많이 생각하고 반성도 했어요. 이런 선배와 한 앵글 안에서 호흡할 수 있다니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느낄 만큼 정말 대단한 배우였거든요. 제가 그런 질문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조우진 선배한테는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겪었어요?’라고 질문을 마구 했던 기억도 나요. 그 정도로 선배는 영화에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임했어요. ‘대체 이 사람에게 연기는 뭘까’라는 게 궁금해질 정도로요. 제게 많은 질문거리까지 안겨준 사람이에요.”
데뷔 이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올해를 ‘안식년’으로 선언했다.
“지난해에만 4편의 작품을 공개했어요. 이렇게 자주 노출되어도 되나 고민도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가 좋아한 작품들이라 복에 겨웠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난해는 38년 살면서 가장 빨리 지나갔던 시간이기도 해요. 이제 안식년을 맞았으니, ‘내가 그동안 뭘 했더라’ 복기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경영하고 있는 출판사도 어엿한 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안식년의 목표기도 하고요. 체계를 갖춘 회사로 만들면 배우로서 다시 본업에 집중해도 크게 지장받지 않을 거니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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