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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강시언의 공연산책] 뮤지컬 '시라노,' 펜과 칼을 든 영웅의 절절한 러브레터

온카뱅크관리자

2024-12-29 12:00:14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펜과 칼을 든 시라노, 위대한 영웅의 내면을 울리는 사랑 이야기 뮤지컬 '시라노'가 전하는 사랑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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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천사, 나의 꿈, 내 영혼의 숨결 같은 그대여"
 달빛 아래 홀로 우뚝 선 검객, 그리고 그보다 더 높게 솟은 그의 콧대. 유려한 글솜씨를 지닌 시인이자 전장의 장군, 그야말로 모든 시대와 사회가 열망하는 영웅인 그의 이름은 바로 '시라노'다. 세상에 거칠 것이 없는 완벽한 그가 작아지는 단 한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하는 여인 '록산'의 앞에 설 때다. 용맹하고 위대한 영웅조차 한낱 평범한 남자로 만드는 사랑의 힘, 그 아름다운 역사의 대서사시가 무대에 펼쳐진다.
 17세기 파리, 총과 칼이 날카롭게 부딪치던 전쟁의 시대 한가운데에 유난히 거대한 코와 그에 걸맞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남자, '시라노'가 있었다. 적군과 부패한 권력에 당당히 맞서며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그는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칭송을 한 몸에 받는 시민들의 영웅이다.
 시라노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 '록산'은 우연히 뛰어난 외모를 지닌 '크리스티앙'과 만나고,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말솜씨가 전혀 없는 크리스티앙은 록산에게 제대로 된 사랑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절망하는데… 이를 지켜보던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편지와 말로 록산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며 둘의 사랑을 이어준다. 혼돈의 시대에 피어난 사랑, 그 끝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뮤지컬 '시라노'는 웅장하고 클래식한 음악과 매력적인 캐릭터, 재치와 풍자로 가득한 장면들로 오랜 시간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시라노'라는 캐릭터는 그 어느 뮤지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어딜 가도 눈에 띄는 거대한 코와 높은 콧대, 심금을 울리는 말솜씨와 날렵한 칼솜씨, 부패한 권력에 저항하는 꼿꼿한 태도와 낮은 사람을 감싸안는 따스한 마음까지…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이 존재할 수 있나 싶은 완벽한 뮤지컬 영웅의 등장에 절로 감탄이 새어 나온다.
 이토록 이상적이고 멋진 인물에게 존재하는 단 하나의 약점은 바로 사랑이다. 록산 앞에만 서면 한없이 움츠러드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시라노는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인물처럼 그려지다가도 사랑 앞에서 순식간에 평범한 한 남자로 변한다. 그것이 그와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다. 완벽한 영웅과 그가 가진 뛰어난 능력과 성품, 그 모든 걸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위대한 사랑의 전지전능한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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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HN스포츠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시라노,' 펜과 칼을 든 영웅의 절절한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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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은 각자 다른 이유로 록산 앞에 사랑을 고백하기를 두려워한다. 시라노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외모 때문에, 크리스티앙은 형편없는 말솜씨 때문에. 록산은 겉모습에 이끌려 크리스티앙에게 반하지만, 편지를 나누며 그 안에 담긴 영혼의 주인공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극 중 '영혼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외치던 록산의 모습에서 진실된 사랑은 결국 영혼과 영혼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품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쓴 편지에 자신의 마음을 절절히 담아낸다. 포탄이 날아드는 전장에서도 하루에 한 번씩 록산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달려 나갔던 시라노의 모습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사로잡고 흔들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상 무엇보다도 위대한 사랑, 그 위대한 가치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의 명운은 이리저리 휩쓸리며 운명의 소용돌이를 타고 돈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멋진 시라노가 사랑에 빠져 평범하고 약한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는 모습이 초라해 보이느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깊고 진실된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자 매일 펜을 들었을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오히려 그가 더 위대하게 느껴질 뿐이다. 진정한 사랑의 고백을 담은 그의 편지는 낭만이 사라져 가는 지금 시대에 더욱 큰 울림을 전해준다.
 작품을 채우는 넘버들은 아름다운 세레나데, 웅장한 용병대의 합창, 재치 있고 독특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공연을 보는 내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넘버의 분위기에 따라 변하는 무대 연출과 조명 등의 디테일을 보는 것도 하나의 큰 재미다.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센스있는 무대 디자인은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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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HN스포츠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시라노,' 펜과 칼을 든 영웅의 절절한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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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모도 하나같이 뛰어나다. 특히 이 작품의 유일무이한 주인공, 시라노 역을 맡은 조형균 배우는 인물에 완벽히 빙의한 듯한 연기와 노래로 시종 눈길을 끈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장면부터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장면까지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이 매우 감명 깊었다. 맑은 목소리로 당차고 신념 있는 록산을 연기한 이지수 배우와 부드러운 노래로 사랑에 빠진 크리스티앙을 연기한 임준혁 배우를 비롯해 조연 및 앙상블 배우들까지 너무나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어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자유롭고 고결한 영웅, 그리고 그 위대한 영웅을 둘러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찬 바람 부는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녹일 뮤지컬 '시라노'는 오는 2025년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관람일: 2024.12.27 캐스팅: 조형균, 이지수, 임준혁, 이율, 최호중, 원종환 외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좌석: OP석 2열 중앙
 글: 강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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