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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골프를 통해 이해하는 도널드 트럼프

온카뱅크관리자

2024-11-05 15: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11/05/0000046652_001_20241105150007322.gif" alt="" />지난해 8월 자신이 소유한 뉴저지 베드민스터 골프코스에서 열린 LIV 토너먼트에 참가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photo뉴시스</div> '골프를 쳐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고 한다. '도박을 해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말도 있다. 골프나 도박만이 사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아니겠으나, 그 두 가지가 상대방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쉬운 방법임은 분명하다. 대선 토론의 골프 설전 지난 6월 27일에 열린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골프가 뜻밖의 화제가 되었다. 트럼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두 번이나 클럽챔피언을 했다. 시니어 클럽챔피언이 아니고 정규 클럽챔피언이었다. 클럽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아주 영리해야 하며, 공을 멀리 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렇지 못하다. 바이든은 드라이버로 50야드도 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몸 상태가 아주 좋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건강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골프를 화제로 올린 것이다. 트럼프가 발언하는 동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바이든은 "나는 트럼프와 드라이버 샷 대결을 할 수 있다. 부통령일 때 나는 핸디캡이 6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이 말을 듣던 트럼프는 크게 웃었다. 바이든은 "만일 트럼프가 골프백을 직접 메고 친다면 기꺼이 상대해 주겠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자신은 골프백을 직접 들고 골프를 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며, 트럼프는 카트를 쓰고 캐디를 고용하는 사치스러운 골프를 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를 거짓말쟁이 또는 허풍쟁이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골프계에서도 그는 거짓말과 허풍을 일삼는 골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핸디캡이 한때 2.8이었다고 말했으며, 클럽챔피언을 18차례나 차지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골프코스를 오픈할 때에 초기 멤버 몇 명과 골프를 친 후에 자신을 초대 클럽챔피언이라고 명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한 주장을 의식했는지, 그는 이번 대선 토론에서는 정규 클럽챔피언 타이틀을 두 차례 차지했다고 줄여서 말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시니어 클럽챔피언이나 슈퍼 시니어 클럽챔피언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트럼프가 18회나 클럽챔피언을 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핸디 2.8이라는 숫자를 의심 어린 눈으로 보는 골퍼들도 많다. 트럼프의 골프 자랑은 허풍쟁이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클럽챔피언 횟수가 18회가 아니라 2회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클럽챔피언이 되는 것이, 특히 미국 명문 골프클럽에서 클럽챔피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세상의 모든 골퍼가 잘 알고 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11/05/0000046652_002_20241105150007364.gif" alt="" />브라이슨 디샘보 골프채널의 도널드 트럼프 편 섬네일. photo 디샘보 유튜브</div> 디샘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트럼프 브라이슨 디샘보는 '50타 깨기'라는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명 인사와 함께 두 명이 조를 이뤄서 스크램블로 50타를 깨는 것을 목표로 삼는 방송이다. 이전에는 여자티 또는 레드티로 불렸지만, 지금은 그린티 또는 제이드티로 불리는 가장 앞에 있는 티샷박스에서 티샷을 하고, 두 공 중에 좋은 공 위치에 다른 한 공을 가져다 놓고 홀아웃 할 때까지 쳐 나가는 방식의 게임이다. 프론트티에서 스크램블로 치기 때문에 23언더파를 기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18홀 기준으로 13개 홀에서 버디, 5홀에서 이글을 해야 50타를 깰 수가 있다. 브라이슨 디샘보는 세르지오 가르시아와 함께 53타를, 존 댈리와 54타를, 필 미켈슨과는 57타를 쳤다. 브라이슨 디샘보는 도널드 트럼프를 초청하여 지난 7월 6일에 50타 깨기에 도전했다. 디샘보가 US오픈에서 우승한 때가 6월 16일이었고, 트럼프가 바이든과 토론을 벌인 때가 6월 27일이었다. 디샘보가 유튜브에 트럼프를 출연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디샘보의 유튜브 채널은 156만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149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PGA투어 공식 유튜브 채널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트럼프와의 플레이는 아주 잘 기획되었다. US오픈 챔피언으로서 US 프레지던트와 뜻을 함께한다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심어주었다. 트럼프의 골프카트 등받이에는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마크가 선명했고, 트럼프는 붉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있었다. 디샘보와 트럼프는 골프 방송에 충실했고, 정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단 한 번의 예외가 있었다. 2번 홀 110야드 파3에서 공을 핀에 붙인 트럼프는 "바이든이 이런 샷을 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내가 TV토론에서 바이든과 골프에 대해서 논쟁을 벌였어!"라고 말했다. 디샘보는 "나도 봤어요"라고 간단히 답했고, 뒤에서 누군가가 "디샘보도 이런 샷을 치지는 못할 것 같아요"라고 응수하며, 정치적 멘트로 흐르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2번 홀에서 트럼프는 디샘보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버디를 기록했고, 12번 홀에서도 역시 혼자 힘으로 이글을 기록했다. 둘은 50타를 깨지는 못했지만, 22언더파 50타를 쳤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미켈슨, 가르시아, 댈리보다 골프를 잘 친다고는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코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골프코스는 트럼프 소유이기에 코스매니저가 당일 코스 셋업을 쉽게 해놓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50타라는 성적과 별도로 트럼프의 골프 실력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했다. 78세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드라이버 샷을 쳤다. 그의 드라이버 샷은 200야드에서 230야드 정도 나갔다. 스윙뿐만 아니라 클럽과 볼의 임팩트도 훌륭했다. 지금도 싱글 핸디캐퍼 정도의 실력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젊었을 때 70대 초반의 점수를 기록했을 것이란 주장에 의심이 가지 않았다. 그의 퍼팅은 매우 독특했는데, 퍼팅 임팩트 후에 채를 잡아채는 버릇이 있었다. 자신만의 일관되고 자신감 있는 퍼팅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마추어 고수의 상징과도 같다. 디샘보와 트럼프는 골프를 치면서 서로를 '파트너'라고 칭했다. 디샘보와 트럼프는 예의를 지켰지만, 격의 없고 흥겹게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디샘보는 대통령 후보라고 해서 특별히 조심하는 것 같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대했다. 격의 없음이 미국 사회의 장점인 것처럼 보였고, 한 라운드의 골프라기보다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게 만일 러시아나 중국에서 찍힌 유튜브라면 프로파간다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정도로 잘 기획되고, 잘 찍고, 잘 편집된 방송이었다. 디샘보는 가끔 파트너라는 호칭 대신에 프레지던트라는 칭호를 썼지만 그것이 의도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한 번 언급한 것을 제외하고는 골프 이야기만 했는데, 디샘보에게 한 그의 질문에는 골프 고수다운 면모가 담겨 있었다. 골프코스가 트럼프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셋업되었는지와는 무관하게 그의 스윙, 임팩트와 퍼팅에는 골프 고수의 면모가 있었다. 허풍쟁이? 유튜브 방송은 좀 달랐다 해당 유튜브는 1277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만 4만8000개가 달렸다. 댓글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나는 트럼프를 좋아해왔다. 그러나 나는 항상 그가 골프실력을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 어떻게 그 나이에 이런 좋은 골프를 치는지 믿기 어렵다. 그리고 그는 매우 현명하다.' 해당 유튜브를 많은 사람들이 봤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 방송을 즐겁게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도층 골퍼는 방송을 보고 트럼프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고, 지지층의 충성심은 더 커졌을 것이다. 트럼프는 TV토론에서 자신의 골프 실력을 강조했지만, 열성 지지자들조차도 그의 말에 과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튜브를 본 지지자는 트럼프가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거짓말을 하거나 허풍을 떠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유튜브 방송은 트럼프 선거운동에 큰 힘이 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US오픈 챔피언 브라이슨 디샘보에게도 작은 공이 있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진다면, 민심이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편집된 골프 유튜브 방송에서 트럼프는 훌륭한 골퍼, 훌륭한 인격자로 비쳤다. 그렇다고 해서 팩트 체크를 통과하지 못했던 그의 발언이나 특정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혐오 발언이 모두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혐오에도 과장이 있음을 브라이슨 디샘보의 유튜브 방송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보리스 존슨이 영국 총리에서 물러난 후에 텔레그래프가 사설에서 한 말이 있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혐오는 정치를 실종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미국이나 영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혐오는 우리나라에도 만연해 있고,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면 더해졌지 줄어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에 대한 혐오에 과장이 있는지 아닌지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골프가 있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이 골프를 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방법 하나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셈이니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브라이슨 디샘보는 트럼프와 함께한 골프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자 자신의 유튜브 방송은 오로지 골프에 관한 것일 뿐 정치적 견해를 나타낸 것은 아니라고 나중에 변명했다. 카멀라 해리스 측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함께 50타 깨기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칼럼 또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표현할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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