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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기이하게 지루하고 우울한 노래, 《조커: 폴리 아 되》

온카뱅크관리자

2024-10-05 13:00:0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인물의 상징성과 매혹 손실된 속편…‘미친 사랑의 노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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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돌이켜보면, 2019년 나온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춤'으로 쓰인 서사였다. 과장이 다소 섞였으나 농담은 아니다.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살인을 저지르고 나면 홀린 듯 춤을 췄다. 지하철에서 세 명을 총으로 쏜 뒤 숨어든 화장실에서 춤을 췄고, '머레이 프랭클린쇼'에 출연해 머레이(로버트 드 니로)의 머리에 총알을 박기 전에도 춤을 췄다.
 아서 플렉에서 조커로 각성하는 계단에서의 결정적인 순간에도 온몸을 흔들며 춤사위를 펼쳤다(이 '계단 춤'은 어찌나 강렬했던지, 촬영지였던 뉴욕 브롱크스 웨스트 167번가 계단은 '조커 계단-Joker Stairs'이라 불리며 인기 관광명소가 됐다). 그리고 영화 엔딩. 경찰차 위에 올라 대중의 환호를 받으면서도 그는 춤을 췄다. 피 묻은 손을 입가에 그어 '스마일'을 만들면서.
 제의(祭儀) 같은 춤. 혹은 춤 같은 살인. 이것은 후속작에 대한 거대한 예고였을까. 아니면, 호아킨 피닉스가 자아내는 기이한 몸짓에 감독이 너무 매료됐던 탓일까. 5년 만에 베일을 벗은 후속작 《조커: 폴리 아 되》(이하 《조커2》)는 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래도 가득 입었다. 뮤지컬 영화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춤과 노래가 극 전반을 휘감고 있다.
 의외의 선택이라 놀랍긴 하지만 형식 자체가 충격적이진 않다. 진짜 충격적인 건, 레이디 가가라는 세계적인 팝 스타와 호아킨 피닉스라는 불세출의 배우가 합을 맞춘 노래들이 '어쩜 이토록 지루할 수 있는가!'라는 미스터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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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영화 《조커: 폴리 아 되》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0/05/sisapress/20241005130003620eqxa.jpg" data-org-width="580" dmcf-mid="ZSvzDF1mE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05/sisapress/20241005130003620eqxa.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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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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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입을 끊어버리는 뮤지컬 요소
 인기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를 살해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고담시를 뒤흔든 아서 플렉은 2년째 아캄 수용소에 갇혀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5명 살인.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친족(엄마) 살인까지 더하면 6명을 살해했다.
 알약을 삼키며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서와 달리 그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시민들은 부자를 죽인 미지의 조커에 여전히 열광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까지 만들어 공유 중이다. 조커가 쏘아올린 계급 갈등 또한 식지 않고 고담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조커는 부패한 사회가 만들어낸 뼈아픈 결과물인 동시에, 썩어 문드러진 사회에 혼란을 던지는 원인이기도 한 셈이다.
 영화는 재판을 기다리는 아서 앞에 조커의 열성팬을 자처하는 리 퀸젤(레이디 가가)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난생처음으로 받아보는 여성의 구애와 관심. '모태 솔로' 아서는 그렇게 리에게 빠져들고, 리는 아서 안에 잠들어 있는 조커의 본능을 깨우려 한다. 그 와중에 재판이 시작되고, 아서의 죄를 감형하기 위해 아서의 변호사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한 다중인격 장애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리가 바라는 것 또한 아니다. 대중과 리가 바라는 건 정신장애가 있는 무기력한 아서가 아니라, 기득권에 침을 뱉는 조커이니 말이다. 조커와 아서 사이. 이 남자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부제인 '폴리 아 되(Folie à Deux)'는 '두 사람이 같은 망상을 공유'하는 정신 상태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다. 이것은 영화 안에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아서와 리의 관계다. 두 사람은 광기를 공유하며 둘만의 망상에 빠진다. 영화는 두 사람 사이 망상의 대부분을 앞서 언급한 뮤지컬 요소를 활용해 표현했다. 문제는 뮤지컬 요소가 인물들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마중물로 기능하기보다는, (사건의 진전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몰입을 저해하는 허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분명 1편에서의 춤사위 장면들보다 더 공들인 티는 역력한데, 임팩트는 약하다. 우울감이 깔린 노래 빈도수가 많다 보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말미, 조커가 할리 퀸에게 "노래 좀 그만하고, 말을 해줘"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의미에서 그 대사에 공감하는 관객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가, 이 영화에 하고 싶은 말'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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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0/05/sisapress/20241005130005001uacw.jpg" data-org-width="800" dmcf-mid="5MHfhq7vs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05/sisapress/20241005130005001uacw.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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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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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스스로 배반해 버린 1편의 매력
 '아서 플렉=조커'이고, '리=할리 퀸'인 그들 각자의 정체성도 '폴리 아 되'라는 용어와 접속한다. 특히나 "진짜 당신을 보고 싶다"며 조커를 끊임없이 호출하는 리와 "어린 시절 학대가 낳은 정신질환자"로 규정하는 변호사 사이에서 아서의 자아는 방황한다.
 이는 전편의 논란과도 연결된다.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는 성과를 거둔 1편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안겼으나, 범죄를 미화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모방 범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사회 전복적인 메시지와 1편이 남긴 꼬리 긴 파장이 뜨거웠던 탓일까. 토드 필립스 감독은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1편 반응이 2편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의식해서 만들진 않았다"고 말했지만, 온전히 믿기 힘들다. 무의식의 발로이든 무엇이든, 《조커2》를 만들면서 1편이 받은 사회적 비판을 시종 곁눈질한 인상이 짙다. 1편과 같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 요소가 곳곳에서 포착돼서다.
 그 결과 1편에서 논란을 낳은 요소들 대부분이 탈색됐다. 동시에 심심해졌다. 그리고 조커라는 인물이 지닌 사회적 혼돈으로서의 상징성과 아슬아슬한 매혹도 상당 부분 손실됐다. 사회 드라마로 작용했던 전작과 달리, 러브스토리에 방점을 찍으면서 메시지 또한 축소된 느낌이다. 부자를 향한 대중의 분노와 좌절, 부당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공분도 이번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그저 미친 사랑의 노래가 남았을 뿐이다. 1편에서 쌓아올린 조커라는 인물에 대한 야망과 그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해석을 감독 스스로 닫아버렸다고, 배반해 버렸다고 한다면 과한 해석이 될까.
 납작해진 문제의식만큼이나 인물 활용도 썩 만족스럽진 못하다. 가령, 법정 신에서 매번 등장하는 검사 하비 텐트(해리 로티)를 보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그 유명한 걸작 《다크 나이트》에서 아론 에크하트가 연기했던 하비 텐트/투 페이스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매력은커녕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존재감 1도 느껴지지 않는 《조커2》의 하비 덴트에 실망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할리 퀸을 연기한 레이디 가가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마고 로비의 할리 퀸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연기하긴 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논하기엔 애매한 수준에 멈춰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자면, 호아킨 피닉스다. 앙상하게 마른 등뼈로도 연기를 해내는 이 배우는, 이번에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제스처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과연 악마적인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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