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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관객 무아지경 몰아넣은 이승윤의 역대급 공연 ‘2024 역성(易聲)’

온카뱅크관리자

2024-10-04 10:00:1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역성(易聲) 혁명을 향한 첫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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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김영대 음악 평론가)
 노래는 많고, 말수는 적었다. 준비되지 않은 동선으로 움직이며 자유로이 팬들과 호흡하고, 오로지 음악에만 몰두, 노래와 연주 그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관객을 흥분시키고, 나아가 그들과 함께 아티스트 자신도 일종의 무아지경 상태를 만들어 내 빠져들었다. 이것이 콘서트의 본질이 아닐까? 이승윤의 전국 투어 '2024 역성(易聲)' 서울 공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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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가수 이승윤이 7월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예스24원더로크홀에서 열린 정규 3집 선발매 앨범 '역성' 발매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0/04/sisapress/20241004100011798oiqm.jpg" data-org-width="960" dmcf-mid="0W2YDJe7m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04/sisapress/20241004100011798oiqm.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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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승윤이 7월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예스24원더로크홀에서 열린 정규 3집 선발매 앨범 '역성' 발매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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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스트 이승윤의 고민, 그리고 도발
 어떤 것에 '거스르는 소리'라는 뜻을 가진 본 콘서트 투어의 제목은 그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동명 앨범의 타이틀이자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혁명 혹은 저항의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시도하고자 하는 역성은 역사 속 '역성혁명'과 같이 기존 질서나 체제의 붕괴 혹은 전복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혹은 그러도록 강요받는 어떤 불합리나 어색함에 대한 일종의 삐딱함에 대한 '꿈틀댐'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니까 진짜 변화를 위한 일종의 사전 작업, 혹은 그걸 가능하게 하는 생각의 변화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음악가는 공연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일체감과 영감이다. 록 스타는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존재이면서 그 열광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그 에너지를 삐딱한 반동의 힘으로 전환시키며 누구나 의심하는 그 변화를 결국 음악과 메시지 그리고 태도로 납득시킬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역성'의 이승윤이 그랬다. 두 시간 남짓 그 공간 안에서, 정말 그는 의심할 바 없는 이 시대의 가장 진지하고 재능 있는 록 스타였다.
 최근 이승윤은 부쩍 음악가로서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고 있다. 앨범 '역성'에서부터, 최근에 있었던 여러 매체 인터뷰들. 그중에는 필자와의 심도 깊은 음악적 대화도 포함된다. 그는 음악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그럼에도 샘솟는 창작열을 주체할 수 없음에 대해 전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기대하지 못했던 인지도와 팬덤의 크기.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성찰적 자세도 놓치지 않고 있다.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에게서는 쉬이 보기 힘든 진지한 뮤지션으로서의 자세는 최근에 발표한 음악들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소리는 점점 난해해지고 강해지고 내밀해지더니 결국 '역성'이라는 도발적인 선언과 같은 제목의 공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날 그리 길지 않았던 공연의 멘트 곳곳에서도 아티스트 이승윤의 고민은 짙게 묻어났다. 그는 '역성'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며, 하지만 오늘 이 공간 안에서 우리는 소리와 음악을 통해 그 힘든 일을 이뤄낼 수 있다고 팬들을 독려하며 문을 걸어 잠갔다.  
 밀도감과 응집력으로 가득 찬 '역성'
 '역성'은 대단한 순도와 밀도를 가진 지극히 음악적인 콘서트 그 자체였다. 아티스트로서의 적절한 자의식과 최소한의 팬서비스를 제외한다면 이 공연은 그저 음악, 또 음악이었다. 일견 정통 록 콘서트의 구성을 전반적으로 따르고 있지만 구석구석 느껴지는 에너지와 태도는 시종일관 역동적이고 발칙했다. 팝 스타가 가져야 할 글래머러스한 치장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적어도 록 스타가 부릴 수 있는 적당한 정도의 허세와 아티스트로서의 페르소나가 있었고, 무엇보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단 몇 곡만에 설득시킬 수 있다는 음악적인 결기도 엿보였다.
 그중에서도 1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검을 현》 《폭죽타임》 《리턴매치》 《SOLD OUT》 네 곡의 순도 높은 연주와 보컬은 장관이었다. 《SOLD OUT》에 이어지는 아우트로(Outro)의 잼(jam)을 끝마친 그가 이제 공연을 끝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했을 만큼 그 집중력과 밀도감은 대단했다. 이번 공연은 팬들에게는 기대하는 바를, 처음 그의 음악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잘 전해 주고 있었다.
 거의 매 챕터마다 기타를 바꾸어 메며 《꿈의 거처》와 같은 익숙한 넘버들은 색다른 편곡으로, 신곡 《캐논》이나 《28k LOVE!!》는 레코딩 버전 이상의 치밀함을 선보였다. 공연 말미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들려주고 싶었던》과 《흩어진 꿈을 모아서》를 통해 종종 이승윤을 묘사하는 단어이기도 한 '진정성' 어린 서사를 마무리 짓더니 결국 투어의 핵심적 주제의식인 '폭포'의 폭발적인 연주를 통해 짧게 느껴진 두 시간여의 공연이 마무리 됐다. 억지로 몰아치지 않지만 어느 순간, 숨이 가쁘게 느껴지는 이 공연 특유의 집중력과 긴장감은 마지막까지도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고, 적재적소에 예상치 못하게 터지는 이승윤의 관객석 난입(?)과 팬들의 환호성을 받아치는 특유의 퉁명스러운 멘트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공연의 청량제였다.
 중요한 건 이 공연이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음악팬들의 보편적인 대중공연으로서의 미덕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음악과 연주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세트 리스트에 있는 곡들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충분히 공연을 통해 각각의 곡이 의도하는 바를 어렵기 않게 따라가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볼거리'보다 공연 그 자체의 순도를 중요시하는 이들에게 '역성'은 근래 가장 만족스런 콘서트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환호성과 폭죽으로 기억될 뻔했던 공연의 말미에 그는 갑자기 자신이 무얼 고민하고 무얼 바꾸고 싶은지에 대해 알 듯 말 듯 의미심장한 멘트들을 다시금 쏟아냈다. 시대가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들을 가져다가 슬로건으로 삼기에 급급하다며 그는 그 현실이 못마땅해 앨범을 냈다고 했다. 새로 나올 음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그는 음악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음악을 듣는 사람은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그 모순과도 같은 말이야말로 최근 이승윤이 앨범 작업을 통해 고민한 생각의 정수가 아닌가 싶었다. 아티스트는 근거 없는 넘치는 자신감과 무기력한 자기혐오를 동시에 지닌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역사 속 수많은 록의 기린아들은 꿈꾸는 이상과 변하지 않는 현실 사이에서 결국 균형을 잃고 무너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승윤의 말에서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한다.
 음악의 힘은 어쩌면 보잘것없지만 그 음악이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과 의지의 힘은 크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 가진 본질이기도 한 것이다. 세상이 우리 뜻대로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결국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소박하지만 냉소를 머금은 긍정성을 가진 이승윤이라는 사람, 그리고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의 태도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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