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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강시언의 공연산책]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깊은 심연에 파묻힌 내 안의 소리를 들어

온카뱅크관리자

2024-08-19 00:55:03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관람일: 2024.08.16 캐스팅: 문소리, 강승호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좌석: 4열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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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라앉는 두 내면이 만들어낸 쓸쓸한 아카펠라"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든 좋으니 하나를 떠올려보자. 피와 살이 튀는 살인,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 같은 높은 절벽,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삶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끔찍한 공포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여기 제 앞에 놓인 무엇도 두렵지 않아 보이는, 건조하고 담담한 일상을 보내는 한 여자가 있다. 인생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여자는 '펜을 멈추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끔찍한 것들을 써 내려가라'는 지시에 한 가지 문장만을 반복해서 적는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
 예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17년 전에 소설을 하나 발매했던 소설가. 자랑할 만한 재산이라곤 열심히 모은 책이 전부인 여자, 벨라에게 어느 날 한 학생이 찾아온다. 이메일과 SNS를 혐오하며 위대한 문학가들의 생과 그들의 소설을 줄줄 꿰고 있는 남자, 크리스토퍼. 벨라와 크리스토퍼는 문학에 대한 견해부터 시작해 사적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크리스토퍼는 벨라에게 자신이 쓰는 소설에 대해 말하고, 벨라는 그의 유일한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벨라가 크리스토퍼에게 놀라운 부탁을 하게 되면서 이 둘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과연 벨라와 크리스토퍼는 어떤 결말을 향해 걸어가게 될까?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는 2020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으로, 공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던 수작이다. 2020 토니 어워즈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여우 주연상 부문에서 당당히 트로피를 거머쥐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24년 첫 개막 소식을 전하며 수많은 연극매니아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문소리, 서재희, 강승호, 이현우, 이석준 등의 화려한 캐스팅 명단을 공개하며 더욱 화제가 되었다. 훌륭한 작품성에 더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까지 갖춘 '사운드 인사이드'가 첫 막을 올린다는 소식에 자연히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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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사진 = MHNsports 강시언 / [리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깊은 심연에 파묻힌 내 안의 소리를 들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8/19/HockeyNewsKorea/20240819005508372bdpi.jpg" data-org-width="720" dmcf-mid="9iDrhGFOX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19/HockeyNewsKorea/20240819005508372bdpi.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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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HNsports 강시언 / [리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깊은 심연에 파묻힌 내 안의 소리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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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는 두 명의 인물이 문학에 관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관계를 쌓아가는 인물 중심적 서사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두 인물이 살아온 인생과 그들이 처한 상황, 겪고 있는 감정,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 이들을 이루는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극의 이야기가 된다. 벨라와 크리스토퍼는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겉모습부터 시작해서 깊은 내면에 파묻힌 날것의 감정들까지의 모든 것을 관객들에게 서서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이 둘이 서로에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를 혼란스러운 관계 속에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벨라와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는 쉽사리 뜻을 알 수 없는 은유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들로 가득하다. 또한, 허투루 쓰인 대사가 하나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촘촘한 대본을 쓸 수 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모든 단어와 문장들이 인물을 이루는, 즉 이야기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인물이 그저 지나가듯이 흘린 말이 이후에 다른 인물의 입을 통해 비슷하게 언급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대사 하나하나가 연결과 연결을 반복하며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느낌이다. 그 연결의 밀도가 매우 촘촘하여 단번에 이야기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연결고리를 천천히 풀어가면서 서사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문학'은 벨라와 크리스토퍼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것은 글과 소설, 문학 그 자체이다. 이들이 문예창작과의 교수와 학생이므로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들의 대화는 문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넘어 문학에 빠져들고, 탐구하고, 열렬히 사랑하는 깊은 내면의 투시로 이어진다. 어딘가 텅 빈 벨라와 크리스토퍼의 외로운 일상을 채우는 것은 '문학'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발견한 후부터 '문학'과 '문학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로 자신의 일상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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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HNsports 강시언 / [리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깊은 심연에 파묻힌 내 안의 소리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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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완전히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의 이름과 나이, 성별, 사는 곳, 직업, 보통 때의 일상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보통 그 사람을 '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사람을 '완전히 안다'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어디까지 알아야 한 사람을 완전히 아는 것이라는 정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사람의 인생과 그가 가진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그를 완전히 아는 것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 인간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온전히 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벨라는 크리스토퍼를 안다고 생각했다. 그도 어쩌면 벨라를 잘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생각대로 이들은 서로를 알고 있었을까? 서로의 내면을 터놓는 순간, 이들은 서로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인간이 한 인간을 완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벨라와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알던 것과 다른 상대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삶과 죽음을 담은 인생의 서사시를 계속 써 내려갈 것인지, 멈출 것인지.
 벨라와 크리스토퍼를 연기한 두 배우, 문소리와 강승호는 호소력 짙은 표현과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극을 이끈다. 작품에 담긴 심오한 주제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극의 무게감이 과히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맞춘 듯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문소리 배우는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완벽한 전달력으로 소화하며 베테랑의 저력을 보여주었고,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관객들이 벨라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강승호 배우는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력과 여유로운 제스처로 크리스토퍼라는 인물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문소리, 강승호 두 배우는 안정적인 합과 짜임새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앞으로 이어질 무대를 더욱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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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HNsports 강시언 / [리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깊은 심연에 파묻힌 내 안의 소리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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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디자인, 음악, 장치 등의 요소들도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작품의 전개에 어울리는 차분한 분위기의 무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음악 및 효과음의 활용도 적절하다. 특히 무대 연출 면에서 감탄한 부분이 많았다. 인물들이 이야기하는 상황에 따라 외측 원형 무대의 회전 속도가 변화한다든지, 인물들의 내면이 무대 너머 관객들에게까지 말을 거는 듯한 비디오 장면을 송출한다든지 하는 연출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품 막바지에서 극적인 무대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에서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로 놀라운 충격을 받았다. 국내 초연작의 프리뷰 공연 무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의 연출을 마주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고 반가운 기분이었다.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는 두 명의 인물, 벨라와 크리스토퍼가 삶과 죽음, 내면과 외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학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복잡하고, 어렵고, 불편하며,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을 찌른다. 극장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오는 긴 시간동안 나는 이 작품의 이야기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아마 이 날 극장을 찾은 모든 관객이 그러했을 것이다. 벨라와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곱씹고, 또 곱씹으며 그들의 발자취를 좇았으리라. 촘촘히 얽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인생에 대해 고뇌하는 우리 모두에게 어떠한 영감을 전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는 오는 10월 2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글, 강시언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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