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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아버지는 삶의 길이었고 동행자… 당신의 사랑과 노고 [추모합니다]

온카뱅크관리자

2024-06-25 09:16:07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 추모합니다 풀꽃 시인 나태주의 나의 아버지 나승복(1926∼2024)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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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지난 2014년 10월 26일 풀꽃 시비 제막식에서 아버지(오른쪽)와 내가 기념 촬영을 했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6/25/munhwa/20240625090611632dqzm.jpg" data-org-width="650" dmcf-mid="Y6mWfqrRC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6/25/munhwa/20240625090611632dqzm.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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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10월 26일 풀꽃 시비 제막식에서 아버지(오른쪽)와 내가 기념 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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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아버지. 이제 이승에서는 마지막 불러보는 아버지 이름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도 배웅해드리지 못하고 멀리 낯선 땅에 있네요. 이 불충과 불효와 불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버지, 아버지, 부디 용서해주시어요.
 이곳 캐나다로 문학 강연하러 오기 전날 아버지 뵈러 병원을 갔었지요. 그때 저는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을 견디며 힘들어하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둘째가 아버지를 깨워 제가 온 것을 알리려 할 때 둘째를 제가 말렸지요. 지금 아버지가 마지막 시간을 힘들게 버티고 계신 거라고. 그때라도 강연 여행을 취소했어야 했는데 세상과의 약속을 어기지 못해 불안한 마음 하나로 이곳 캐나다로 와 두 번 밤을 보내고 아침 시간 아버지 소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형제와 누이들, 아버지 손자들이 정신 차려 저 대신 상가를 잘 지키고 찾아오는 손님을 정중히 모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할 일을 그들이 했으니 아버지 그들을 칭찬해주고 마지막까지 축복해주세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의 생애를 돌아보면 끝없는 가난과 병고와 온갖 고통으로 이어진 길 98년이었습니다. 그 98년 동안 저는 아버지의 첫 자식으로서 79년을 동행하며 살았습니다. 아버지에게 첫 자식이었기에 기대도 많았고 바라시는 바도 많았지만, 언제나 저는 아버지 앞에 부족하고 모자란 아이였을 뿐입니다.
 아버지 눈에 들도록 살고도 싶었지만 내 뜻대로 살고도 싶었습니다. 아버지 반대 방향으로 가기도 했지만 결국은 아버지가 이미 가신 길을 되짚어가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유독 당신의 자식 가운데 가장 많이 기대했음에도 그 기대 다 이루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아버지.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해 주시어요. 아버지 앞에 생전 처음 고집 세고 제멋대로 산 아들, 용서를 빕니다.
 아버지, 저는 알아요. 아버지가 제일로 사랑한 자식이 저였다는 것을. 아버지, 아버지도 아셨으면 싶어요. 아버지는 저에게 삶의 길이었고 이정표였으며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요 동행자였다는 것을. 그리고 제가 아버지를 많이 좋아했다는 것을.
 이제 제가 백의 말을 하고 천의 말을 해도 덮을 수 없는 불효는 덮을 수 없는 불효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또 언제나 그러셨던 것처럼 섭섭하고 불만인 대로 저의 잘못과 실수를 눈감아주실 것을 압니다.
 평생을 빚과 가난과 병고와 고통으로 사신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가 기필코 가난하지 않게 초라하지 않게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아버지. 그래도 아버지의 자식들 있고 조카들 있고 손자들 있으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시고 가시어요. 가셔서는 먼저 가신 어머니도 만나시고 할머니도 만나시고 당신 열 살 때 헤어진 할아버지도 만나셔요.
 평생을 춥지 않게 살고 싶었고 배고프지 않게 살고 싶었고 아프지 않게 살고 싶었고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하늘나라에 가서는 부디 춥지 않게 배고프지 않게, 아프지 않게 사시어요.
 아버지, 아버지. 이것이 이승에서 아버지와의 마지막 인사입니다. 아버지, 당신이 저희들 아버지여서 감사했습니다. 세상에 오시어 저희들 아버지 노릇 하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이제 아버지 그 이름 내려놓고 편히 쉬시어요. 안녕히 가시어요. 
 사랑했습니다, 아버지. 처음으로 고백하며 바다 멀리 낯선 땅에서 두 번 절하며 인사를 올립니다. 당신의 사랑과 노고와 염려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부디 안녕히 가시어요. 
 불효 아들 태주 올림 (나태주·제43대 한국시인협회장)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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