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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사랑의 끝과 시작

온카뱅크관리자

2024-05-12 10:05:2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한겨레S] 손희정의 영화담(談) 로봇 드림 개와 로봇의 은유적 러브스토리 1980년대 뉴욕의 도시 풍광과 표정·몸짓 등 무성영화식 달콤함 ‘모든 관계는 필연’이란 점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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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영화사 진진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5/12/hani/20240512100531327olld.jpg" data-org-width="970" dmcf-mid="46FSFgGk8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12/hani/20240512100531327olld.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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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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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뉴욕의 밤. 도그(개)는 혼자 티브이(TV) 앞에 앉아 2인용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나의 오른손과 나의 왼손 사이에 벌어지는 아무런 긴장감 없는 대결. 결과는 왼손의 압승이다. 별 감흥 없이 소파에서 일어난 도그는 냉동 맥앤치즈를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다시 티브이 앞으로 와서 한입 뜨려는 순간, 그는 텅 빈 브라운관에 비친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현실의 나와 프레임 속의 나 사이에 흐르는 숨 막히는 고요. 멀리서 들려오는 지하철 소리만큼이나 익숙한 도시의 침묵이다. 도그는 리모컨을 들어 티브이를 켠다. 그리고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을 때, 창문 밖 건너편 아파트의 다정한 커플이 눈에 들어온다. 극장에 앉아 스크린에 비친 알콩달콩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구경하는 관객처럼 홀로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도그는 문득 쓸쓸해진다. 마침 티브이 화면에 유혹적인 광고 문구가 뜬다. “외로우십니까? 지금 에이엠아이시에이(AMICA)2000을 주문하세요!” 다음날 로봇이 도그의 집으로 배달되어 온다. 바다 물놀이 뒤 녹이 슬어버렸다 ‘로봇 드림’은 도그와 로봇의 사랑을 그린다. 4차 산업혁명과 챗지피티(ChatGPT)의 시대에 ‘로봇’과 ‘드림’이라는 두 단어가 만난 자리에서 쉽게 떠올릴 법한 어떤 스펙터클이나 에스에프(SF)적 상상력도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은 예상 밖으로 아주 고전적인 러브스토리다. 게다가 대사 없는 무성영화의 형식 속에서 사랑의 언어란 오로지 표정과 몸짓, 음악과 사운드, 그리고 도시의 풍광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작품은 더욱 멜로드라마적이 된다. 제목만 보고 비인간 존재들이 펼치는 화려한 테크놀로지의 향연을 기대했던 나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사랑 이야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도그와 로봇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전원이 들어오고 도그를 처음 본 순간 로봇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그 미소에 도그의 꼬리는 사정없이 흔들린다. 두 사람의 데이트는 즐겁다. 공원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팝송 ‘셉템버’에 맞춰 춤을 추고 핫도그를 나눠 먹는다. ‘오즈의 마법사’를 보다 잠들기도 하고(티브이 브라운관에는 로봇과의 오붓한 모습이 비친다) 오션비치에 놀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토록 아름다웠던 시간이 지속되었던 것은 단 사흘이다. 오션비치에서 바다 수영을 즐긴 뒤 모래사장에서 함께한 다디단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로봇은 온몸에 녹이 슬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도그가 아무리 용을 써도 로봇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아, 사랑은 이토록 어리석은 것. 도그는 눈빛으로 로봇에게 말한다. “내일 데리러 올게.” 로봇도 눈으로 답한다. “어서 가, 밤이 되니 춥다.” 도그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 인사가 마지막이 되리란 걸 모르는 채. 다음날 도그는 수리 도구를 챙겨 오션비치로 향한다. 도시의 교통체증은 재회의 시간을 지연시킨다.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을 때, 해변은 이미 폐쇄된 후다. 다음 개장일은 내년 6월1일. 재개장 때까지 해수욕장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도그의 모든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로봇은 옴짝달싹도 못 하는 상태로 모래사장 위에 그대로 누워 있다.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사랑 밖으로 내쳐진다고? 담장 하나만 넘으면 ‘내 인생의 사랑’에게 갈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한다고? 저렇게 쉽게, 포기한다고? ‘로봇 드림’을 보는 내내 납득할 수가 없었지만 이별이란 게 애초에 그렇다.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준비도 없이, 아마도 아주 단순했을 해결책을 놓치면서, ‘우리’란 단어를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닥쳐오는 것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성급한 시도들은 더 처참한 현실로 이어질 뿐이다. 두 사람 앞에 놓인 건 내년 6월1일, 재회의 날까지 지속될 까마득한 기다림이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머물렀던 사랑이 나의 일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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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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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로봇은 꿈을 꾼다. 도그에게로 돌아가는 꿈을. 그는 몇번이고 도그에게로 간다. 도그를 볼 수 있는 날도, 그럴 수 없는 날도 있다. 그래도 로봇은 꿈을 꾼다. 6월1일이란 도그만이 아는 날짜일 뿐, 로봇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그가 돌아오기는 하려는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오로지 꿈만이 기약 없이 이어지는 가혹한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로봇을 구원한다. 도그도 꿈을 꾸지만 로봇과는 다르다. 외로울 때 로봇을 주문해 조립했듯 그는 꿈속에서도 버려진 눈사람에게 눈을 달아 새 친구를 만든다. 도그와 로봇은 서로 사랑하는 법이 달랐으므로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이별의 시간도 서로 다르게 경험한다. 드디어 6월1일이 되고 도그는 서둘러 해변으로 향한다. 그사이 도그는 다른 존재를 만나 마음을 주고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과자 봉지를 따지 못해 낑낑거리는 도그를 위해 선뜻 봉지를 따주는 쾌활한 덕(오리)과 말이다. 로봇도 그랬다.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도 만났고, 서로를 돌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도그는 결국 로봇에게로 돌아왔다. 다만 로봇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 그렇게 서로 어긋난 채로, 또 다른 사랑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랑은 어디에서 어떻게 끝나는 걸까? 옆에 누워 있는 애인의 숨소리가 갑자기 짜증스러울 때? 안녕을 고하는 순간? 이별 후 사라졌다 돌아온 입맛에서? 새로운 누군가의 ‘오늘 하루’를 궁금해하다가? 그도 아니라면, 오늘로부터 약 17년4개월쯤 후에? 어쩌면 한번 시작된 사랑은 영원토록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랑이 나의 일부가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테니까. 내 마음에 좋았던 사랑도,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의 전 애인에게 고마워하셔도 괜찮다. 그가 지금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 법을 안다면, 그건 이전에 지나간 사람 덕분에 악력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도그와 로봇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의 나는 어제의 ‘우리’로부터 나와 내일의 ‘우리’로 이어진다. 물론 관계 안에서 우리가 꼭 성장하리란 보장은 없다. 삶의 구석구석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튀어나와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기름 찌꺼기 같은 사랑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니까. 당신의 사랑은 어땠는지 알고 싶다. 영화평론가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저자. 개봉 영화 비평을 격주로 씁니다. 영화는 엔딩 자막이 올라가고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시작됩니다. 관객들의 마음에서, 대화에서, 그리고 글을 통해서. 영화담은 그 시간들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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