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확실성 해소, 소비회복 실낱 기대감
2월 대형마트 매출 19% 폭락
선방하던 백화점도 3.6% 뚝
朴탄핵선고 직후땐 매출 회복
이번엔 관세전쟁 등 여파로
소비심리 회복 낙관 어려워
"올해 들어 주말 장사는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놀러 와서 돈도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서울 종로구에서 양식당을 운영하는 최 모씨(38)는 "가게가 탄핵 찬반집회 장소 근처여서 놀러 오던 사람들이 뚝 끊겼고, 집회가 너무 커져 아예 주말에는 문을 닫았다"며 "매출이 20~30%씩 줄었는데 이제는 제발 회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역대급 침체에 빠진 내수 경기가 반등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로 위축된 유통업계는 지난 2월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 모두 '역성장'하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유통업계는 내수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내수 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6일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회생에 들어간 홈플러스를 보면 남 일 같지 않다. 내수 부진부터 수출 증가세 둔화, 고환율, 고물가까지 상황은 더 안 좋다"면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상황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불황 직격탄은 오프라인 업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올해 1월 반짝 '설 특수'를 누렸지만 다시 2월 들어 '역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대형마트는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18.8% 하락했으며, 백화점도 3.6% 떨어졌다. 특히 대형마트 매출 하락폭은 2022년 2월(-24.0) 이래 최대치다. 대형마트는 2월 식품(-19.7%), 가전·문화(-10.9%), 의류(-23.6%), 가정·생활(-22.5%) 등 대부분 분야에서 매출이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봄이 되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계속 나빠지고 있다"면서 "새 정권이 들어서는 만큼 사람들이 마음 편히 돈을 쓸 수 있도록 정부가 경제를 살려달라"고 했다.
소비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부양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3월 들어 다시 떨어졌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CCSI는 93.4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88.2까지 급락한 소비심리는 올해 1~2월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3월에 다시 하락한 것이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전망이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소비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CCSI는 2016년 10월 103에서 12월 94로 떨어졌다가, 2017년 4월 파면 선고 이후 102까지 회복됐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재판소에서 인용 결정이 난 직후에 매출이 반등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침체가 풀릴지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의 경기침체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신중론도 널리 퍼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유통업은 경기가 풀리고 가처분소득이 많아져야 한다"며 "지금은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져 있고, 미국발 무역전쟁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입으면 가계소득도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주 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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