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의견 종합에 시간 지연
타 심판 동시 심리도 지체 요인
다가오는 ‘운명의 날’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4일로 지정한 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속보를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한다고 공지함으로써 헌재에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지 111일 만에, 최종변론 후 38일 만에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됐다.
헌재는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이번 사건을 가장 길게 심리했다. 탄핵안 접수를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걸렸다.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 심리’하겠다고 했지만 많이 지연됐다.
헌재 재판관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상당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시민 여론이 나뉜 상황에서 재판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원일치 결정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특히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탄핵 찬반 대립이 한층 더 심해지면서 전원일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물론 헌재가 실제로 만장일치 결정을 내놓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헌재가 여러 탄핵심판 사건을 동시에 심리했고, 구속됐던 윤 대통령이 석방되는 등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점도 결정 지연 요인으로 꼽힌다. 법원이 지난 3월7일 구속 기간 계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논란 등 절차적 문제를 들어 윤 대통령 측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자 헌재도 절차적 흠결을 남기지 않도록 변론 과정을 세심하게 뜯어봤을 가능성이 있다.
평의가 길어지면서 헌재 내 갈등설이 부상하기도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 변론 종결 후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결정을 먼저 선고했다. 한 권한대행 사건에선 재판관들의 의견이 쟁점별로 네 갈래로 나타나 견해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때문에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재판관 의견이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분열돼 교착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헌재 재판관들이 ‘인용 5명’ 대 ‘기각·각하 3명’으로 맞설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헌재가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8인 체제로 결정을 선고하기로 했다.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계속 미루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이 2주 앞으로 다가오자 마침내 선고일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선고일을 공지했다는 것은 결정문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의미다. 노·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선고일을 알린 후 2~3차례 평의를 더 열어 결론을 내렸다. 평의가 막바지에 이를 때쯤 재판관들은 헌법연구관 태스크포스(TF)와 함께 인용·기각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표결로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에는 기존에 작성된 결정문 중 하나를 택한 다음 소수·보충 의견을 낼 재판관들이 결정문에 각자 의견을 덧붙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선고를 1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았을 때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엔 헌재가 1일 평결까지 끝냈기 때문에 선고 당일에는 평의를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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