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호 관세 발표 직전 나와
트럼프 ‘관세 전쟁’ 주요 참고 자료 될 듯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NTE)’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NTE는 미국 수출 기업들이 직면한 대외 무역의 장벽, 이를 줄이기 위한 USTR의 노력을 상술한 것이다. 매년 3월 31일까지 대통령·의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올해는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고 상호 관세 부과를 공언한 4월 2일 직전이라 관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보고서는 한국에 관해 약 7페이지 분량으로 서술하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화학 물질 등록·평가에 관한 규제, 네트워크 망 사용료, 공공 부문에 적용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 등을 주요한 ‘무역 장벽(trade barrier)’으로 망라했다. 지난해 보고서와 비교하면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미국 제조업체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게 미국이 여전히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 가스 관련 부품(ERC) 규제에 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사소한 변경에 대해서도 수정 인증서를 취득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하고, 위반 시 한국 관세청의 형사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미국 업체들의 불만을 보고서에 담은 것이다. 제약·의료기기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가격 책정, 환급 정책의 투명성이 부족하며 이해관계자의 실질적인 의견 수렴 기회가 부족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넷플릭스 같은 외국 콘텐츠 사업자(CP)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지불하는 ‘네트워크 망 사용료’ 문제도 제기했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미국 업체들 간 법적 분쟁이 가장 첨예한 분야고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자동 폐기됐는데, USTR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이를 문제 삼고 있다. “통신 사업자가 이미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콘텐츠 사업자한테까지 이용료를 청구하는 건 부당한 이중 과금”이라는 게 넷플릭스 등이 주장하는 논리다. 보고서는 “미국 콘텐츠 제공업체가 지불하는 요금이 한국의 경쟁 업체에 이익이 될 수 있고, 한국의 3대 ISP 독과점 업체(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를 더욱 강화해 반(反)경쟁적일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2024년 한 해 동안 여러 차례 이 문제를 한국에 제기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공공 부문 클라우드(가상서버) 서비스 업체에 시행 중인 보안인증제도(CSAP)도 “외국 업체에 상당한 장벽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 기업이 아닌 공공·행정기관을 상대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6년 도입한 CSAP를 받아야 한다. 소스코드 공개와 함께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버와 민간 클라우드 서버가 분리돼 있어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은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총리실 등에 다각도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정부가 2025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해 모든 행정·공공 기관의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한다고 밝혀, 큰 시장에 뛰어들기 어려워진 외국계 기업들은 미국 정부를 통해 “국제 표준에 맞추라”고 압박을 높여왔다. 이에 보안 문제를 들어 이를 끝까지 반대하던 국가정보원(NIS)이 2024년 9월 미국 정부 의견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게 됐다.
이날 USTR이 공개한 NTE는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에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USTR에 주요국의 관세 및 비(非)관세 장벽을 두루 살피라 지시했고, 이를 기초로 각종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역사상 트럼프보다 수출업자들이 직면한 광범위하고 유해한 대외 무역 장벽을 더 잘 인식한 사람은 없었다”며 “트럼프의 리더십 아래 우리 정부는 불공정하고 상호주의에 어긋나는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공정성을 회복하고 열심히 일하는 미국 기업, 근로자를 세계 시장에서 우선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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