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슈팅·서브컬처 게임 투자
크래프톤, 시뮬레이션 게임 출시
펄어비스, 붉은사막 출시 예고
"게임사들, 예전으로 돌아온 것"
26일 성남시 분당 R&D센터에서 엔씨소프트 제28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게임 장르를 다양화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정 장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만 파던 게임사들, 포트폴리오 확장 속도
28일 업계에 따르면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의 대표로 꼽히는 '리니지 시리즈'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는 서브컬처와 슈팅 장르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와 판권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대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모바일 게임으로 재해석한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등 리니지 모바일 게임 3형제, 동양 판타지 MMORPG 게임 블레인드 앤 소울2, 방치형 MMORPG 게임 저니 오브 모나크 등 MMORPG에 집중해 왔다.
회사는 MMORPG와 별개로 장르 다변화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장기 성장을 위해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앞서 주총에서 "글로벌 게임시장 경쟁과 내부 도전 과제 속에서도 엔씨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올해 핵심 목표"라며 "서브컬처와 슈팅 장르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와 판권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펍지: 배틀그라운드'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입성한 크래프톤도 게임 장르를 넓힌다. 인공지능(AI) NPC를 활용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대표적이다. 크래프톤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
크래프톤은 AI 원천 기술에 투자하면서 엔비디아와 CPC(Co-Playable Character)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 장르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PC 기술을 인조이에 도입해 AI가 게임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를 하고 조언하거나 반대로 게임 이용자가 CPC의 게임 플레이를 지도할 수도 있는 새로운 유형의 게임을 만든 것이다.
신작 개발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주총에서 "지난해 신규 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1400억원이고 내부 역량을 감안하면 연간 최대 3000억원씩 5년간 1조5000억원 수준까지 자체 개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인조이'를 장기 프랜차이즈로 크게 키워갈 수 있는 프로젝트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검은사막'에 집중했던 펄어비스도 올해 신작 '붉은사막' 출시를 다짐했다. 펄어비스는 매니아층이 뚜렷한 MMORPG 게임인 검은사막을 2014년부터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서비스하면서 하나의 IP에만 집중해 왔다. 하지만 올해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붉은사막'을 출시해 장르를 확장한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주총에서 "붉은사막은 올 4분기로 출시를 예정한 만큼 연간 다양한 마케팅을 계획하며 출시에 차질이 없도록 일정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카겜·넥슨·넷마블은 '하던 대로' 다양화 지속
이미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 왔던 게임사들은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장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게임으로 게임 서비스 방식을 넓히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넥슨게임즈는 MMORPG를 비롯해 액션 RPG,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대표 IP인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액션 RPG 게임 '프로젝트 DW'와 '야생의 땅: 듀랑고' IP를 재해석한 MMORPG '프로젝트 DX' 개발 중이다.
서브컬처에도 손을 뻗었다.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RPG 서브컬처게임인 '프로젝트' RX도 개발한다. 넥슨게임즈는 이미 서브컬처 게임인 '블루 아카이브'로 게임 이용자들의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구글 플레이에서 올 1월 29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5일간 최고 매출 순위 1위를 달렸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도 예년과 같이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글로벌 PC·콘솔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크로노 오디세이'를 시작으로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 AAA급 대작 타이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RPG, 좀비 서바이벌 등 다양한 글로벌향 장르의 프리미엄 인디 게임을 일찌감치 출시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자회사 '마브렉스'를 통해 P2E(돈버는 게임)게임을 강화한다. 기존 게임을 단순히 온보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게임 개발사와 개발, 마케팅을 협업해 MMORPG, 캐주얼,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신규 게임 프로젝트를 마브렉스 생태계 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의 장르 다변화가 '예전처럼 돌아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과거 한국 게임 시장은 다양한 장르 게임이 골고루 출시됐지만 MMORPG의 인기로 잠시 해당 장르에 대한 집중화 현상이 나타났던 것"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MORPG의 높은 매출 규모와 팬들의 충성도로 게임사들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장르지만 '확률형 아이템' 등의 리스크와 MMORPG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위험을 헤징하려는 전략으로 서비스 장르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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