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유리기판은 '게임체인저'로 평가 받는다. 기존 플라스틱이나 실리콘으로 만든 기판보다 열에 강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회로를 구현하기 적합해서다. 인공지능(AI) 시대는 지금보다 발전된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즉 집적도를 높여야 하는데, 기존 기판으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없다. 전 세계 전자 업계가 차세대 기판으로 '유리기판'을 주목하고 상용화에 뛰어든 이유다. AI 반도체 기판으로 손꼽히는 유리기판 시장을 열고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전자신문이 내달 16일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 이벤트홀에서 주최하는 콘퍼런스는 이미 '다가온 미래'인 반도체 유리기판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자리다. 반도체 유리기판에 뛰어든 기판 제조사 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까지, 산업 내 핵심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직접 들을 수 있다.
콘퍼런스 문은 삼성전기가 연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월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작년 한해 세종 사업장에 반도체 유리기판 시생산(파일럿) 라인을 구축, 2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유리 인터포저와 코어 기판 모두 준비 중”이라고 구체적 품목에 대해서도 밝힌 바 있다. 유리 인터포저는 고가의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하고, 유리 코어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한계를 극복할 주 기판이다.
유리기판 공급망 중 가공 분야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할 중우엠텍도 발표에 나선다. 이 회사는 초박막유리(UTG) 공정 등 유리가공 전문업체로, 레이저와 식각 경쟁력을 앞세워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수의 반도체 유리기판 샘플을 다뤄 본 경험과 노하우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최근 경기 안산에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 라인 투자도 결정, 본격적인 시장 개화에 대비할 채비에 나섰다.
글로벌 유리 소재 강자인 코닝도 콘퍼런스에 참가한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핵심 소재인 '유리'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뒤바뀔 수 있다. 현재 유리기판을 준비 중인 다수 기업들이 코닝 문을 두드리며, 이 회사 유리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코닝은 반도체 기판에 적합한 유리 소재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 '원자층성장(ALG)' 기술을 개발한 주성엔지니어링도 발표에 나선다. 주성은 공정 어려움을 줄이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유리기판 공정 역량을 확보했다. 자체 평가로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올해 R&D용 장비, 내년 양산용 장비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시장에 반도체 및 유리기판 공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독일 LPKF는 반도체 유리기판 주요 공정인 '글래스관통전극(TGV)'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레이저 기술력을 인정 받은 LPKF는 국내외 다수 유리기판 제조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뿐 아니라 외부 식각 업계와 협력,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을 공략 중이다.
유리기판 업계 최대 기술 난제가 유리 손상이다. TGV 공정이나 기판 절단(싱귤레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리가 깨지거나 찢어지 듯 들 뜨는 '세와레'가 대표적이다. 콘퍼런스 연사로 나서는 레이저앱스는 독자 개발한 레이저 기술로 미세 균열이나 세와레 없는 유리 기판 절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연마 공정도 필요 없어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노메트리도 유리기판 사업에 진출, 공급망에서 중요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유리기판은 비파괴 방식으로 내부의 미세 TGV 구멍과 배선층을 검사해야 하는데, 이노메트리는 이차전지 엑스레이(CT) 검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앞세웠다. 최근 중우엠텍와 TGV 사업을 위한 기술 협력에 나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 광학기업 독일 칼 자이스에 초고속 가변 초점렌즈(MALS) 기술을 공급했던 에스디옵틱스도 최근 반도체 유리기판 전수 검사가 가능한 3차원(3D) 라인 스캐너 기술을 개발했다. 필옵틱스와 유리기판 검사 장비를 만들어, 본격적인 공급에 착수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핵심 플레이어들이 사실상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기술의 실제 현황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유리기판 시장을 '상용화' 단계로 이끌 방법과 미래 산업 변화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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