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즐기기 어려운 개그
'개그콘서트', 일본에서 해외 특집 진행
대중문화평론가 "셀럽 중심으로 젊은 층 공략하는 전략 필요"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은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넷플릭스 제공
콘텐츠의 국경이 사라졌다. 많은 한국 시청자들이 해외 드라마, 연애 예능 등을 즐겨 보는 중이다. 그러나 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코미디가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OTT의 발달은 한국 시청자가 해외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국 넷플릭스 '투 핫'은 마라맛 연애 예능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 역시 한국에서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직장인이 혼밥을 하는 이야기를 담은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최근 개봉한 극장판이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할 만큼 한국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외 코미디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영국 코미디 드라마 '미스터 빈'이 유명하지만, 그만큼의 영향력을 지닌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긴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의 많은 드라마와 예능들이 그간 한국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애서는 세계적인 해외 유명 코미디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펼쳐지곤 했는데, 한국 팀의 무대에 비해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코미디와 관련해서는 왜 국경이 존재하는 걸까. 한국과 해외의 개그맨들이 함께하는 코미디 행사의 관계자는 언어와 유행 중인 밈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지에 "우리나라 공연의 경우 이슈 등이 반영돼서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를 다시 하더라도 재밌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강남 엄마 등을 패러디한 이수지의 코미디가 대표적이다. 해외 아티스트 역시 그들이 생각하는 이슈를 코미디로 녹여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즐기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대사 없이 표정이나 행동만으로 무대를 꾸미는 마임도 있지만 이러한 종류의 개그 역시 반복해서 본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럼에도 해외의 유머 요소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가 있었다. 개그우먼 블루종 치에미가 흘러 나오는 음악에 맞춰 치명적인 표정을 지으며 던지는 "산쥬고오쿠(三十五億)"라는 개그 멘트는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지구에 남자가 35억 명 있다는 의미에서 탄생한 개그다. 과거 일본의 개그맨 겸 가수 피코 타로가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 영상으로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중독성 넘치는 음악과 개그들이 어우러지는 경우, 다른 언어가 사용되더라도 한국에서 주목받았다. 많은 시청자들이 음악에 맞춰 이들의 멘트를 흥얼거렸다.
'개그콘서트'는 일본 도쿄 제프 하네다에서 해외 특집인 '개그콘서트 인 재팬(in JAPAN)'을 진행했다. KBS2 제공
코미디에 국경의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개그맨들은 해외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중이다. KBS2 '개그콘서트'는 일본 도쿄 제프 하네다에서 해외 특집인 '개그콘서트 인 재팬(in JAPAN)'을 진행했다. 당시 제작진은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공연을 통해 '개그 한류'가 더욱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개그콘서트 인(in) LA'도 열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개그팀 옹알스는 해외에서 공연을 진행해 왔다. 물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만큼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그콘서트 인 재팬'에서도 '말로 하는 언어'가 일본 관객들에게 통할지 우려하는 코미디언들의 모습이 담기곤 했다.
한국의 코미디가 세계를 무대로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먼저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로 도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도 코미디 장르는 퇴조하는 느낌이다. 콘텐츠 가운데 코믹한 상황들을 즐기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셀럽 효과다. BTS 지민, 블랙핑크 지수 등이 코믹 연기를 한다면 세계인에게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셀럽을 중심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이 초창기에 K팝 아이돌들의 진출로 주목을 받았고, 젊은 층들이 그 시장으로 유입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코미디와 관련해 K팝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다면 인지도를 높이고 세일즈를 하는데 유리해질 것이다"라고 짚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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