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민진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한미 합작 우주망원경 8번 연기 끝 지난 12일 발사
韓 데이터 우선 접근해 초대질량블랙홀 연구 등 기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미 양국 천문학계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를 이용해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리라 기대합니다. 하루 빨리 데이터를 받아 연구를 하고 싶네요.”
김민진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작해 지난 12일 발사된 차세대 망원경에 대해 기대감을 전했다. 스피어엑스는 NASA의 중형임무로 발사되는 502kg 무게의 우주망원경으로 하늘을 102가지 색으로 관측해 3차원 우주지도를 제작하고, 우주 탄생과 생명 과정 연구의 진전을 이끄는데 쓸 수 있다. 특히 지상에서 관측하기 어려운 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과학적 사실 발견이 기대를 모은다.
김민진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사진=경북대)
스피어엑스는 애초 2월말 발사가 추진됐지만 기상악화, 정밀 점검 등을 이유로 8번 연기된 끝에 발사돼 목표로 한 임무궤도에 안착해 초기 운영 임무에 돌입한 상태다. 스피어엑스 임무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주관하에 12개 기관이 참여하는데 한국천문연구원이 유일한 국제 협력 파트너로 함께 한다.
김민진 경북대 교수는 지난 2014년 소형급 위성(SMEX)으로 시작한 스피어엑스 전신 연구부터 기획, 제작, 발사, 후속 연구까지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스피어엑스 준비 기간에는 심현진(경북대) 교수, 김도형(부산대) 교수, 송현미(충남대) 교수와 함께 한국연구재단의 집단 연구도 수행했다. 현재 초대질량블랙홀을 가지고 있는 활동성은하핵을 연구할 수 있는 외부연구원으로 공식적으로 스피어엑스 임무의 과학연구에도 참여하고 있고, 천문연의 스피어엑스 외부위원회 의장을 맡아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스피어엑스에 대해 처음 소개받고 참여 여부를 고민한 것은 2014년으로 우여곡절 끝에 11년만에 발사가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NASA가 우주망원경 선정 과정으로 천문학 연구를 위해 필요한 우주망원경의 우선 순위를 10년마다 미국천문학회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고,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질문과 논의를 한뒤 숙고해 임무를 결정하는 과정들을 인상깊게 봤다”고 설명했다.
스피어엑스는 앞으로 정밀하게 우주망원경의 자세를 제어하며, 자체 복사 냉각시스템을 통해 영하 210도 이하의 망원경 운영 온도를 확보한다. 이후 망원경의 광학·분광 성능을 시험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첫 시험 관측도 수행한다.
시험 관측이 끝나고 스피어엑스가 정상 작동되는 것이 확인되면 바로 전 하늘 관측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나오는데 김 교수를 포함해 한국인 연구자들이 미국 연구자들과 함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데이터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실제 연구는 텍사스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서 하게 된다.
앞으로 기대되는 연구 중 하나는 초대질량블랙홀 관련 연구다. 김 교수는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에 물질이 유입되게 되면 ‘강착원반(원반 구조의 형태)’이 형성되면서 강한 빛이 나오게 되고, 그 주위로 밀도가 높은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토러스 등의 복잡한 구조를 띄게 되는데 이를 활동성은하핵이라고 한다”며 “활동성은하핵의 연구를 하려면 강한 방출선과 적외선 빛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분광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스피어엑스는 전 하늘에 대해 맞춤자료를 제공해 초대질량블랙홀 주위 구조에 대한 한차원 높은 연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피어엑스는 지상에서 관측하기 어려운 근적외선 영역의 분광 데이터를 전 하늘에 걸쳐 제공함으로써, 활동성 은하핵뿐만 아니라 은하단, 별형성 은하 등 은하 진화와 관련된 연구뿐만 아니라 소행성 등 우리와 가까운 천체에 대한 더욱 심도 깊은 연구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국내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인류 최대 우주망원경으로 알려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경우 초기부터 투자한 일부 국가의 연구자들이 일정 수준의 관측시간을 보장받았다.
국내 연구진들은 이후부터 전 세계 과학자들이 경쟁해 과제가 선정되면 관측을 할 수 있지만 경쟁률이 높아 사실상 ‘하늘에 별따기’에 가깝다. 스피어엑스는 이와 달리 미국과 한국 연구진이 먼저 데이터를 받아 연구하면서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최근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고, 미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을 대량해고 하는 상황에서 한국형 달탐사선 다누리에 이어 한미 협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스피어엑스는 대략 2년 6개월 동안 임무를 하게 되며, 이전 우주망원경인 WISE 적외선 망원경처럼 임무기간을 넘어서도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미 구축된 한미 협력의 성과를 이어가도록 스피어엑스의 연장 운영에 대한 상호 간의 지원도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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