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농구 인생 끝내고 만난 제2의 인생...나PD 예능 월드 입성할까?
[김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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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나영석의 나불나불' |
ⓒ 에그이즈커밍 |
아직도 드라마 < 응답하라 1994 >(tvN 2013년 방영)를 언급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1990년대 초반의 풋풋했던 청춘들의 감성을 다루면서 그때를 기억하는 기성세대와 현재 젊은 세대를 모두 관통하는 정서를 녹여내며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농구대잔치'로 대표되는 극중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과 주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다뤄지면서 당시의 농구 스타 문경은, 우지원 등이 카메오 출연할 정도로 농구는 <응답하라 1994>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대학팀 사상 처음으로 실업팀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던 연세대 농구부의 주역이자 후일 '국보급 센터'를 거쳐 이제는 예능인으로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서장훈이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출연,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시간을 마련했다. 왜 우리는 농구, 그 중에서도 연세대 농구에 열광했을까?
'응사' 성나정은 왜 이상민 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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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나영석의 나불나불' |
ⓒ 에그이즈커밍 |
보통 신작 드라마 내지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배우들이 '나영석의 나불나불' 코너에 등장하곤 했지만 이번엔 이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 깜짝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장훈이다. < 응답하라 1994 >의 제작사이면서 "(서장훈) 오빠를 제일 싫어했다"는 이우정 작가의 소속사이다보니 자연스레 그때의 이야기가 이날 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당시 성나정은 가드 이상민(현 KCC 코치)의 열성팬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그 시절 10대 소녀팬들의 인기 1순위는 곱상한 외모의 우지원이였기에 서장훈은 극중 설정에 살짝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 이우정 작가님이 (이)상민이 형을 옛날에 좋아했나 보나!" 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끗차이로 이상민을 택한 이유는 서장훈도 직감했을 만큼 찐팬들만 알고 있는 미묘한 차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장훈은 "이상민 코치 팬들은 농구를 좋아하고 농구장 안에서 (플레이하는) 이상민을 좋아해"라는 지적에 이작가 뿐만 아니라 나영석 PD, 최재영 작가 모두 공감을 표했다.
국보급 센터에서 방송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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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나영석의 나불나불' |
ⓒ 에그이즈커밍 |
이날 서장훈의 출연분은 치열했던 연세대-고려대의 스카웃 경쟁, 각종 기록을 걀아 치웠던 프로 선수 생활 이야기를 비롯해서 지금의 예능인에 걸친 다채로운 사연이 당사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재미를 더했다. 뿐만 아니라 나PD와는 연세대 선후배이다보니 '명예 홍보대사' 선임에 관한 내용도 함께 웃음을 선사했다.
고교생 서장훈을 데려가기 위해 연대와 고대 감독님들이 그의 집에 찾아와 매일 저녁 먹고 갔다는 일화부터 전설의 연세대 농구부 때를 비롯해서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수립하며 은퇴했던 KBL 이야기가 마치 청산유수처럼 흘러갔다. 박찬호-박지성 처럼 국위선양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피력하는 모습에선 여전히 '농구인'의 자세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겉으로는 까칠한 것 같지만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김구라 등 모든 예능인들과 잘 맞는다"며 방송인의 한 사람으로서 '에그이즈커밍'(채널 십오야 제작사) 입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호소해 현장 분위기를 초토화시키기에 이른다. 비록 동료 이수근의 구상으로 수년째 언급되는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분노(?)를 표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공간을 빌어 들려준 그의 농구+방송 이야기는 구독자들에게 쏠쏠한 재미와 추억을 함께 선사했다.
나영석 PD를 향한 간절한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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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나영석의 나불나불' |
ⓒ 에그이즈커밍 |
지난 2014년 <무한도전> 출연을 계기로 이후 <아는 형님>, <무엇이든 물어보살>, <동상이몽2>, <연애의 참견> 등 주로 장기간 방영된 얘능 중심으로 맹활약해온 그는 채널 십오야 출연을 계기로 내심 '나영석 예능 월드'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신서유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서장훈은 "내 목표는 에그이즈커밍에서 30득점 15리바운드 활약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으로 거듭 태어난 서장훈이었지만 현역 농구 선수 시절 그는 엄청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인기 대신 욕을 많이 먹는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출중한 실력에 대한 질투 뿐만 아니라 다소 신경질적인 플레이와 외모 등은 상대적으로 연예인급 외모를 지닌 선배들의 인기에 가려질 수 밖에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생전 그렇게 어디 가서 사랑도 못 받다가 엉뚱한 데서 사랑을 받는다. 얼마나 웃기니. 진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언급하자 나PD 역시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서징훈은 "처음에는 멋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하란 대로 (방송을) 하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일, 직업이 됐다. 대중의 시선이 너무 따뜻해진 거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30여년에 걸친 농구 인생을 뒤로 하고 새롭게 시작한 방송은 흔하디 흔한 표현으로 '제2의 인생'을 마련해줬다. 입담 좋고 팩트 폭격으로 대표되는 서장훈의 지난 10여년 맹활약은 그래서 더욱 화려한 빛으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그의 바람 처럼 서장훈은 과연 나PD 예능과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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