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영세업자 우선 변제
대기업 상거래 채권, 6월 이후로 전망
'구조조정·익스프레스 매각' 계획 없어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김광일 공동대표(MBK 부회장)를 비롯한 홈플러스 임원진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영세업자 채권을 우선 변제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양해를 구하면서도 반드시 모든 채권을 변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기업들, 양해해달라"
홈플러스는 14일 서울시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상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양해와 도움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이번 회생절차로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많은 분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현재 홈플러스가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상거래채권은 지난 6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13일까지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 완료했다"면서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현금시재는 지난 13일 기준 1622억원이다. 조 사장은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만 조 사장은 대기업 협력사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해 드리기는 어려움에 따라 소상공인과 영세업자 분들의 채권을 우선순위로 해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라면서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가 꼭 필요하다.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100% 변제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은 최근 긍정적인 실적 지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3월 4일 이후 한 주간 동안의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작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으며, 객수도 5% 증가하는 등 회생절차와는 상관 없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협력사와 임대점주들의 협력으로 지난 13일 기준 하이퍼(대형마트), 슈퍼, 온라인 거래유지율은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몰 99.9%, 물류 100%, 도급사 100% 등 나머지 부분들은 회생절차 개시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사장은 "실적 개선은 2022년 선보인 식품특화 매장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점포의 매출 증가 및 온라인 부문의 성장, 멤버십 회원 수가 1100만명을 초과하는 등 고객 기반이 크게 늘어난 것에서 기인했다"면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정상영업 유지할 방법은
앞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일각에선 상품 납품 중단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납품 감소 등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들은 홈플러스로의 납품을 중단하기도 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지난 3년간 일반 매장 33곳을 식품특화매장으로 전환해 식품에 공을 들였던 만큼 식품 대기업들에 대한 변제 시기에도 관심이 쏠렸다.
홈플러스는 주요 협력사인 식품 대기업의 상거래 채권이 오는 6월 이후 변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식품업체들과 협의 조건으로 납품대금 지급 시기를 앞당기거나 선납금 지급, 이자 지급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규 홈플러스 그로서리비식품부문장은 "대기업에 대한 상환 계획은 6월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며 "중소 영세 협력사에게 먼저 지급을 하고, 대기업에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100% 변제하겠다고 어제도 말씀드렸고 앞으로도 조건들에 대해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광일 공동대표(MBK 부회장)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 질문에 답하고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한 3월 4일 이후의 거래분은 그때그때 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3월 4일 이전의 회생채권은 분할 상환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휴처들이 사용을 중단했던 홈플러스 상품권에 대해서도 매장 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진 홈플러스 재무관리본부장은 "지난 5일 기준 홈플러스 상품권 잔액은 총 526억원으로, 지난 13일까지 400억원의 잔액이 남아있다"며 "현재 매장에서 전액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구조조정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대해선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회생 전에는 진행 중이었지만 회생신청으로 중단했다"면서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 김 부회장은 "회생절차는 주주가 가장 큰 희생을 당하는 절차"라고 밝혔다. 그는 "홈플러스의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 영업하는 길은 회생밖에 없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3조1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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